[편집인 칼럼] ‘무정부 상태’ 한시가 급하다 정치권은 빨리 결단하라

2024-12-11     이영민 편집인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5선의 여당 중진인 모 의원이 후배 정치인에게 건넸던 “탄핵 반대해도 1년 지나면 다 찍어주더라”는 말이 어제 하루 종일 이슈가 됐다. 선한 사마리아인, 선한 정치인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희망은 결국 어리석음인 것인가.

행정권과 군통수권을 모두 쥐고 있었던 대통령이 벌인 이번 비상계엄사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큰 충격을 준 일대 사건이다. 한반도 전쟁이후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 성취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 그 위상은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세워진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유린하려 한 시도는 반헌법적이며, 반민주적 행위임에 틀림없다. 특히 내우외환의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군경이 동원돼 국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는 것은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인 파괴행위라 규정해야 한다. 더욱이 그러한 반민주적, 반헌법적 행위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수괴가 대통령이었다는 관계자 증언들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불통과 오만, 권위주의로 점철된 윤 정권이 몰락의 길을 걷게 것은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창시절 밀의 ‘자유론’을 읽고 크게 감동을 받아 평생의 철학으로 삼았다는 대통령. 하지만 ‘자유론’ 그 어디에도 윤석열식 자유, 민주주의는 없다. ‘자유론’에서의 시민적·사회적 자유는 해악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개개인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순수하고 원초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논의에 더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논리에 끼워 맞춰 자유와 해악을 판단하겠다는 윤석열식 자유는 포장만 그럴듯한, 독재자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위험한 논리다.

며칠 전 해외 언론에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현재 대한민국의 최종 권력을 누가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명쾌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혼란의 상황이다. 민주주의 원칙과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빠르게 이 사건을 정리해야 한다. 신속하게 혼란의 상황을 매듭짓는 것만이 후퇴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넘어 1500원대로 가면 버티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각종 원자재를 수입해야하는 우리 입장에서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물가 역시 반응할 것이고, 해외 진출기업이나 환율의 등락에 민감한 기업들의 경우 재무적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통화당국에서 계엄령 선포 이후 변동성이 확대된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개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최근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에 더해 원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한시가 급한 위기의 상황이 지금이다. 국회와 수사기관발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수일 내로 대통령의 구속이든 탄핵이든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질서 있는 퇴진 운운하며 꼼수를 동원한다면 국면전환은 불가능하다.

오는 14일 2차 탄핵표결이 예정돼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권고한다. 권력 사유화를 위해 전쟁까지 이용하려 했던 비이성적 정권을 비호하며, 진영논리와 당리당략을 명분으로 마지막까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면 22대 국회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라. 국민의 편에 서지 않는 염치없는 정치인들을 위해 투표할 국민은 없다. 이제라도 정치인답게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요구에 응하라.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싸늘한 아스팔트위로 다시 나서야 하는 국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