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자영업자 100만명 육박...“내년 더 어렵다”

자영업자 폐업률 역대 최대... 코로나19 때보다 높아 “높은 부채가 소비 위축... 금리 낮춰도 효과 없어”

2024-12-30     문영서 기자
[사진 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자영업자 폐업률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고물가 저성장에 따른 내수 부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자영업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통계청 지표누리 e-나라지표의 ‘연도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 수는 약 98만6000여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도 말 가동사업자 수로 집계 기준이 바뀐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또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을)이 지난 9월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개인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대표적인 자영업인 소매업과 음식업의 폐업률은 20%를 넘겼다.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79.4%로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았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폐업률이 상승했으며, 인천 지역의 폐업률이 12.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 높은 수치다. 

내년은 더 어렵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통상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달 24일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으며, 27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전망치도 2년 10개월째 기준선을 하회하며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학회 송종운 박사는 “9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시도는 인프라까지 망가지고 있는 경제 상황에 말 그대로 기름을 부었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이 이미 올해부터 굉장히 꺾이기 시작했다”며 “언론에서도 많이 인용했듯 골드만삭스에서 경제 성장률이 1.8% 하방으로 치닫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보고서를 두 번 발행했다”고 덧붙였다. 

[사진 제공=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

주담대↑가처분소득↓...내수부진 가속화

내수 부진의 원인은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가처분소득 축소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1월 기준 1141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901조80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올해 3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연체율은 상승 흐름을 지속 중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에서는 “고소득·고신용 우량 차주들이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크게 저하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하지만 저소득 및 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2024년 들어 각각 1만5000명, 3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주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규 사업자대출 공급 확대가 아니라, 기존 자영업 차주들의 전반적인 소득 및 신용도 저하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이동진 교수는 “코로나 시기 대출이 늘어난 여파가 아직까지 지속되는 것”이라며 “규모가 줄고 있는 건 작년으로 대출 연장이 종료돼 디레버리징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가 부진해 수입이 생기지 않아 더더욱 상환이 어려워진다”며 “대출이 어려워지니까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폐업률이 높아지며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채가 소득을 가로막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단계에 있다”며 “부채부담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