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3·4세 시대 ④] 교보생명 신중하 상무, AI 기반 ‘디지털’ 방점

데이터 체계·인프라 구축 등 디지털 전환 ‘성과’ 신중한 경영수업…10년 만에 지난해 상무 승진 AI 디지털 혁신 가속화로 그룹 핵심 가치 추구

2025-01-22     김효인 기자
교보생명 신중하 상무 [사진제공=교보생명]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발 리스크가 시장에 선반영 되며 한국 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환율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국내 기업들은 대외신인도 하락 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많은 기업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3·4세 경영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경영인들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기업의 혁신과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불확실성이 짙은 경제 환경 속에서 과감한 도전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투데이신문>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시대적 과제를 짊어진 오너 3·4세들의 혁신과 도전 이야기를 조명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교보생명은 1958년 창립 이후 보험업계에서 안정적이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신창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업의 근간을 다져 왔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의 장남인 1981년생 신중하 상무는 지난해 12월 AI활용·VOC(고객의소리)데이터 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신규선임됐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고객 소통 강화라는 과제를 받은 셈이다.

해당 인사를 두고 3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신창재 회장은 보험산업이 직면한 저출생·고령화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신 상무는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투자은행(IB) 근무를 거쳐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학한 뒤 2021년 교보DTS(옛 교보정보통신)에 입사해 디지털혁신 신사업팀장으로 일했다. 당시 신 상무는 교보DTS 자회사이자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디플래닉스(Dpleanex)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5월 교보생명에 차장으로 입사해 그룹디지털전환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아 왔다. 그룹데이터전략팀장으로서 5개 자회사(교보증권·교보문고·교보라이프플래닛·교보정보통신·디플래닉스)의 흩어진 데이터를 한 곳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보험 가입부터 지급까지 보험 전 과정과 관련한 경험과 함께, 데이터에 특화된 성과를 쌓아왔다는 평가다. 

신 상무는 지난 2023년 4월 그룹경영전략담당 그룹데이터 태스크포스(TF)장에 발탁되며 임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다른 후보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디지털 리더십과 경영 지식 등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지난 10여년간 실무부터 차근차근 다져온 업무 역량을 바탕으로 신 상무는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고, 그룹 디지털 혁신 주축 역할을 맡게 됐다.

다만 오너 3세인 신 상무의 임원 승진이 다소 늦어진 배경으로는 신 회장의 경영철학이 지목된다. 평소 능력이 입증된 사람이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는 인사 원칙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과거 언론사 인터뷰에서 “시기가 된다면 내 자녀든 아니든 유능하고 준비된 사람이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중한 경영수업 끝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그룹의 핵심 가치를 맡긴 인사인 만큼, 그룹 내 신 상무의 배치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에 향후 신 상무의 역할은 단순히 후계자로서의 자리 확보를 넘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새로운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중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상무는 디지털 혁신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구체화하며 혁신적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보생명 사옥 [사진제공=교보생명]

보험업계는 현재 저성장과 고령화, 디지털화라는 세 가지 주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신 상무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 중심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보생명은 신규 디지털 기술을 입힌 고객응대서비스를 활용해 청각장애인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고객플라자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디지털상담센터의 전문 상담사와 화상으로 연결되는 디지털고객창구 시스템을 도입했다.

금융권 최초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아바타 수어 서비스·실시간 채팅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 취약계층 대상 편의성을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교보생명의 ‘AI 서포터’ 시스템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이러한 AI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객 서비스 강화는 올해 교보생명이 강조한 경영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경제성장률 둔화, 내수진작을 위한 금리인하 조치 등으로 인해 보험 신계약 매출과 자산운용 이익이 감소돼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퀄리티 기반의 금융소비자보호 체계’와 소비자 니즈 기반의 마케팅 등 생명보험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