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캐나다 25% 관세 강행…국내 車업계 여파 우려

기아·현대모비스, 관세 대응책 마련 생산지 조정·가격 전략으로 대응 “트럼프 1기처럼 협상 가능성 있어”

2025-02-01     양우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다음달 1일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교통부 장관과 FAA 청장에게 보내는 각서'에 서명하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1일을 시작으로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현지공장을 운영 중인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일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 펜타닐의 미국 유입, 그리고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를 그 이유로 들었다. 또한, 이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북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와 현대모비스 등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현재 USMCA) 체제 아래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무관세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비도 중요한 요소였다.

또한, 멕시코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유치도 기업들의 진출을 촉진했다. 특히, 기아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 지역에 공장을 세우며 현지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수출을 염두에 둔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최적화하기 위해 멕시코에 주요 시설을 운영 중이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5% 관세를 강행할 경우, 이러한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미국 내 생산 확대 또는 공급망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들이 이번 정책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해 수익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지 생산을 늘리거나 공급망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아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목적지를 조정하거나 캐나다로 선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한, USMCA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이미 높은 현지 부품·인력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을 최적화해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전략도 논의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이 발생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조정과 생산지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이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무관세가 유지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이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했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예외로 남았다. 이처럼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관세 정책의 영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이번 관세 정책이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가 검토됐다가 완화된 전례가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와 현대차그룹과의 협상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