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설 명절도 지났는데…해소되지 않는 불확실성

2025-01-31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산업팀장

지난해 12월 한 기업 관계자와의 대면 자리에서 ‘CES 2025’ 참가 인원을 대폭 축소해야만 했다는 얘길 들었다.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고환율까지 덮쳐 절감 가능한 예산은 최대한 줄여야 했다는 설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언론을 통해서도 고환율에 치솟은 끼니값에 CES에 참가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 기업들의 긴축경영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SK, LS그룹 등에서 임원들의 해외 출장 비행기 등급을 이코노미석으로 낮췄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다른 주요 기업에서도 복리후생과 업무추진비를 축소하고 있다는 얘기가 잇따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내려지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5년 경영 전망’에서 300인 이상 기업들의 61%가 긴축 경영에 나설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미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주요 소비국가들의 성장세 둔화, 러-우 전쟁 장기화 등으로 쉽지 않은 2025년을 예상하고 있었다. 

주지하듯 계엄령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일 1417원에서 한 때 1477원까지 치솟았으며 1월 31일 기준 1450원에 머물러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동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본격 시행으로 환율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요동치는 환율과 정치적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2025년도 사업 계획을 지난해 연말이 되도록 수립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연말에는 가시화됐어야 할 주택 분양 일정이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도 확정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업계획을 미리 세운 기업들도 원자재 조달 비용, 해외투자 비용 추가 부담 등으로 계획 재수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국내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에서 62.9%가 올해 사업계획에 1300원대 환율을 적용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계획을 수없이 재수립한들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기업들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핵 정국과 계엄령 사태로 더욱 커진 시장의 혼란을 조속히 정리하고, 기업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제 설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2025년의 문이 열렸다. 고환율, 물가인상, 생산 및 소비 부진이라는 악순환이 고착화하기 전에 정치적 불안을 시급히 해소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