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캐나다·멕시코 관세 한달 유예...韓 산업계 불확실성 여전
반도체·철강 등 주요 산업 타격 예상 새로운 환경 속 신속한 대응 필요 추가 관세로 인한 수출 위축 우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25%), 부과하기로 한 것을 한달간 유예했지만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트럼프는 오는 18일부터 반도체·철강·석유·가스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관세 부과를 예고해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당초 4일(현지시간) 자정부터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25%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미국과의 협상 끝에 한 달간 관세 조치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는 국경 지역에서 펜타닐 유입과 불법 이민을 단속하기 위해 1만명의 군 병력을 즉시 배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조치로 미국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24시간 내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관세를 더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알루미늄 제품 등 특정 품목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하며, 원자재에 대한 관세를 점차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아직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를 포함한 산업 관련 품목들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무역 조치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무역 상대국들에게 강력한 압박을 가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10%) 관세와 보류된 캐나다·멕시코(25%) 대상 관세와는 별개로, 국가 경쟁력과 관련된 핵심 품목만을 겨냥한 추가 관세가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제조업을 다시 강화하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반도체와 철강 제품이 한국 전체 수출에서 각각 20.6%와 5.4%를 차지했으며, 특히 철강 제품은 지난해 연간 수출이 전년 대비 5.4%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4.9% 줄었다.
산업연구원의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대미 수출과 부가가치 효과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한국과 중국 등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연간 대미 수출은 약 13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국내 부가가치 감소 폭은 7조9000억~10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업종별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기업들의 매출 감소와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가격이 상승해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관세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최상목 권한대행은 지난 3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수출기업 오찬 간담회를 갖고 미국의 관세 인상 등 거세지는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약속했다.
최 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새로운 통상 환경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우리 경제가 새로운 환경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산업별 이슈를 꼼꼼히 점검하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