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온스당 3000달러 목전… WGC “올해 최고치 경신할 것”

트럼프發 관세 불확실성, 안전자산 선호 부추겨 글로벌 IB, “금값 추가 상승 가능성 높아”

2025-02-11     김이슬 기자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금값이 치솟으며 온스당 3000달러 선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금 거래량 역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금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1일 기준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2943.97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상승했으며, 전년 대비 약 20% 오른 수치다. 국내 금 시세 역시 동반 상승해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같은 날 기준 59만6325원(3.75g)을 기록했다. 세계금협회(WGC)는 지난해 금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최고치를 새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금값 상승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치솟고 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금값 상승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같은 정책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선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금값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물가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 금리가 하락해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해 금 매입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WGC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1186톤으로 4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금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인민은행이 금보유고를 늘리는 목적은 외화보유고를 다변화해 과도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금값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 등은 금값이 올해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 측면의 제약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도 금값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값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김정은 WM 전문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면서 금값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하방 지지선이 견고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