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67분 최후진술...탄핵심판서 ‘개헌 카드’ 꺼내

‘사과’는 있었지만 반성은 없었다?...기존 입장 반복 “직무 복귀하면 개헌 추진”...탄핵 국면 돌파하나

2025-02-26     박고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약 67분간의 최후 진술을 통해 본인의 기존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이 야당의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대국민 호소’였다고 강조하면서,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사과’는 있었지만… 반성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최후 진술에서 두 차례 사과의 뜻을 표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했고, 마지막엔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직접적인 반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야당과 반국가 세력으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논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비상계엄이 국가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세력이 연계해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눈길을 끈 것은 ‘간첩’이라는 단어가 25차례나 반복됐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면서 “지난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 탄핵의 불씨를 지피라’면서 구체적인 행동 지령까지 내려왔다. 실제로 2022년 3월 26일 윤석열 선제 탄핵 집회가 열렸고, 2024년 12월 초까지 무려 178회의 대통령 퇴진 탄핵·집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시스템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며 “이런 조치들의 어떤 부분이 내란이고 범죄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어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종 변론'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직무 복귀하면 개헌 추진”

윤 대통령은 최후 진술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을 공식 언급하며, 헌정 체제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복귀 후 개헌과 정치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탄핵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가치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여야, 극명한 반응 보여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을 전격 언급하며 국정 쇄신 의지를 내비쳤지만 이를 두고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탄핵 기각을 기대하는 분위기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거짓과 궤변’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에 대해 “계엄에 대해서 사과도 하셨고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국민들께서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 시스템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서 최후 변론에 담으신 것 같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대통령이 정치 시스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계엄까지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누차 했고, 재판을 받으면서 본인이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과업이라고, 개헌을 통해 정치 시스템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 어제 최후 변론에 담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지 못한 시스템, 제왕적 대통령뿐 아니라 제왕적 국회라든지 헌법 시스템이 87 체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판결에 대한 승복 의사를 직접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변호인을 통해 이미 헌재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강하게 비판하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지막까지 거짓말과 궤변으로 일관”했다며 “명백히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무장한 군대를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했고,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했고, 노상원 수첩의 수거 계획, 즉 살해 계획까지 드러났는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맹비난 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이런 자에게 다시 군 통수권을 맡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최후 진술이 탄핵 사유 자백”이라며 “‘대국민 호소가 계엄 사유였다’는 궤변 자체가 계엄 발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을 입증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 이후 여야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헌 카드가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탄핵을 기정사실화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여론의 향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개헌 카드가 국민적 공감을 얻을지, 아니면 ‘정치적 꼼수’로 비판받을지, 대한민국의 시선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