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계부채 증가율 3.8% 이내 관리할 것”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2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비율의 지속적인 하향 안정화를 위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3.8%) 이내로 관리할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날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금융권협회 및 주요 은행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최근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25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금융권 1668조6000억원, 정책대출 314조8000억원 등으로 198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동안 62조3000억원(금융권 41조6000억원, 정책대출 20조7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이후 고금리·고물가로 감소세였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4월 이후 금리인하 기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자율관리 강화로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금융권은 카드론·약관대출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이후 은행권 관리강화 등으로 주담대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금융위는 특정시기 쏠림이나 중단없는 여신공급을 위한 월별·분기별 관리기준과 서민·취약계층·지방 등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가계부채 관리상 유연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지방으로의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지방은행·2금융권에 대해 다소 여유있는 대출여력을 부여하되 확대된 유동성이 수도권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지방에 대한 자금공급 비중 유지를 지도한다. 또한 지방 부동산 애로상황을 고려해 시중·지방은행이 지방 주담대 취급을 확대할 경우 취급 확대액 50%를 연간 가계대출 경영목표에 추가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주택도시기금(HUG)·디딤돌(구입자금)·버팀목(전세자금) 및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구입자금) 등 정책대출의 경우에도 가계부채 관리목표에 맞춰 관계부처 및 기관 간 협력을 바탕으로 과도한 수요나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보금자리론은 저출생 대응 강화를 위해 다자녀 기준을 완화하고, 소상공인·지방 등 어려운 분야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재개키로 했다.
또한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전망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3단계 스트레스 DSR을 7월부터 시행한다. 구체적 적용 범위와 스트레스 금리 수준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봐가며 오는 4~5월경 확정한다.
총액 1억원 미만의 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 그간 소득심사를 하지 않았던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가 차주의 소득자료를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자체적으로 대출 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가 대출자의 소득·재산·신용도 등에 따라 보다 정교하게 대출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금융권의 여신심사 및 관리체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전세대출·보증에 대한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주택신용보증기금(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보증3社의 전세보증비율을 100% 전액보증에서 90% 부분보증으로 일원화하고, 가계부채 추이 및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봐가며 수도권에 대한 보증비율 추가 인하를 검토할 계획이다.
전세 보증시 임차인의 상환능력과 전세물건지에 대한 심사 또한 강화한다.
금리 여건,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언제든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은행권 자본규제상의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필요시 시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한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지난해 9월 이후 금융권 자율관리 조치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올해 2월 들어 금융권이 새로운 경영목표 수립에 따라 영업을 재개하고 신학기 이사수요 등이 겹치면서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는 모습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최근 토지거래허가제 등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서울 일부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국지적 상승폭 확대 조짐을 보이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차등화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정부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비율의 지속적인 하향 안정화는 우리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것인 만큼, 범정부적으로 역량을 모으고 금융권도 자율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조를 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규제 비율에 맞춘 획일화된 대출 관행보다는 개별 은행이 보유한 여신심사 및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개별 차주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여신기준을 가지고 가계부채의 양적 규모와 질적 구조를 스스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 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은행권이 자체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의 출시·운용을 통해 가계의 안정적인 자금관리를 지원하면서도 이를 은행의 자산-부채 운용 리스크 관리에 전략적으로 접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사무처장은 "올해는 경기 둔화 우려, 성장동력 약화, 미국 관세 정책 및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국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회사들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요청했다.
또 "수도권과 지방,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과 거시여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통해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서민금융 공급, 가계의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환대출, 중금리·중저신용자 대출 등 자금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며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움직임을 충실히 쫓아 금리인하기에 국민들이 실질적인 이자절감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