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회·개헌시민단체 등 헌법개정 범국민 서명운동 돌입…“제왕적 대통령제 끝내야”

김무성·서청원·손학규 등 정치원로들 총출동 김부겸·이낙연·김두관 등 야권 잠룡들도 참석 “국가 백년대계 위해 개헌 해내자” 한 목소리

2025-03-05     홍기원 기자
대한민국헌정회가 5일 서울 용산역 서울역광장에서 헌법개정 범국민 결의대회 서명운동 발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치 원로들을 중심으로 헌법개정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바로 잡으려면 개헌을 통한 권한 분산이 필수적이라며 지역대표형 국회 상원제 도입과 지방분권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대한민국헌정회는 5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헌법개정 범국민 결의대회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헌법개정국민행동,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 지방분권전국회의, 헌법개정여성연대 등 개헌을 추진하는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개헌을 위한 서명운동 돌입을 선언했다. 헌정회는 우선 2025년에 7공화국 개헌을 만들자는 뜻에서 2만5777명으로 1차 서명운동 목표를 설정했다.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중앙집권형 대통령제는 지나친 권력집중과 남용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라며 “총리와의 역할 분담, 시도지사 등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를 통해 수평적 분권과 수직적 분권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헌법개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국민발안제’ 도입을 강력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지금의 헌법은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소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기후위기, 소수자 인권 같은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라며 “민주주의는 단순한 다수결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들이 공존하고 참여하는 다원주의를 통해 실현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범국민적 서명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국민의 뜻을 모아 개헌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대한민국헌정회가 5일 서울 용산역 서울역광장에서 헌법개정 범국민 결의대회 서명운동 발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날 발대식 대회사에서 “잘 나가던 대통령도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한다. 국민 여론의 60~70%가 개헌을 찬성하고 있다”라며 “국가의 백년대계와 민주주의의 발전과 정치 개혁을 위해 반드시 개헌을 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내란부터 종료해야 한다고 하는데 개헌을 안 하면 내란이 생긴다”면서 “개헌을 빨리 하거나 정 안 되면 대선과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노동부 장관인 이상수 헌법개정국민행동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한사람만 바꾸는 조기 대선만을 원치 않는다”라며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권력 독식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민단체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치권을 감시하고 개헌 약속을 받아내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날 발대식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 원로들이 모여 개헌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밖에도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야권의 잠재적 잠룡으로 꼽히는 인사들도 참석해 개헌을 지지하는 뜻을 나타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주말마다 탄핵 찬반으로 갈라져 상대편에게 저주를 퍼붓기만 하면 나라는 저절로 잘 되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21세기에 대통령 한 사람이 군대를 동원해 헌법기관을 마비시키려 했다. 개헌하고 대한민국을 새 출발 시키는 것이 부모 된 우리의 도리”라고 호소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했고 문화적인 강국이 됐다. 그런 이 나라가 지금 무너지고 있다”라며 “나라를 살리기 위해 개헌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헌정회가 5일 서울 용산역 서울역광장에서 헌법개정 범국민 결의대회 서명운동 발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87년 헌법 체제를 끝내고 진정한 국문주권 시대를 열어가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더 재론할 필요가 없다”라며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는 것도 분명하다. 이제는 실천해야 될 때”라고 발언했다. 유 시장은 전날인 4일 시도지사협의회 명의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신설, 그리고 양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야에서는 국회부의장인 주호영 의원(국민의힘)과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발대식에 참석했다. 주호영 부의장은 “국민의힘도 전 당력을 동원해 개헌에 열화와 같은 국민 성원을 모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이학영 부의장은 “선배님들과 각 시민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당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