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안에 떠는 시민들에게 역사가 주는 위로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이 풀려났다. 윤석열이 제기했던 구속취소청구를 사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이 윤석열의 즉시 석방을 지휘했고, 즉시항고도 하지 않았다. 이로써 윤석열은 지난 1월 26일 구속 이후 약 두 달만에 석방됐고, 향후 다시 수감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상당수의 언론이 그 모습을 마치 “개선장군” 같다고 묘사했다.
사법부의 판단과 검찰의 지휘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시간까지 계산했다. 또한 지금까지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받는 사건마저도 밀어 붙였을 정도로 “절대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라는 신조를 가진 듯한 검찰이 대통령 구속취소 건만큼은 항고하지 않았다. 이번 윤석열 구속취소만큼은 검찰이 자신들이 틀렸음을 순순히 인정한 모양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심의가 끝나서 곧 판결을 내린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고, 이에 언론사에는 ‘헌법재판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분위기가 바뀌었다.’라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대부분, 길에서 연일 시위를 빙자한 난동을 부리고 가짜뉴스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극우 세력들은 마치 윤석열의 탄핵소추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해왔다.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계기로 이들은 이러한 여론몰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만에 하나 탄핵할 경우 헌법재판소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테러 위협까지 벌이고 있다.
윤석열의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밤에 계엄을 선포하고, 특전사 군인과 헬리콥터를 동원해서 국회 장악을 시도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주요 기관 및 유튜버의 사무실에 군인들을 보내는 장면을 실시간 영상으로 봤으며, 말이 되지 않는 체포 대상자 명단이 돌았으니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물론 분노도 표출하고 있다. 평일에도 주말 못지않게 시민들이 시위 현장에 모이고 있다. 이것 역시도 이해된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내란 현행범이 구속 취소되었으니 분노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시민 중 일부가 함께 싸웠던 시민들을 나무란다는 점이다. 윤석열에 대한 구속이 취소된 이후 ‘그럴 줄 알았다.’, ‘이번 탄핵기소가 어떻게 될 줄 모른다.’, ‘○○○이(가) 너무 나이브(naive)했다.’라는 식으로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정당이나 시민 단체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 속에서 대통령직에서 탄핵당한 윤석열, 탄핵소추를 의결한 국회 측 국회의원,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 탄핵을 반대하는 자들 모두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된 불안감이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으로 인해 불안이 생기는 것은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기질이다. 또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법으로 보장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사용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가진 권리다. 그러나 그 불안으로 인해 가짜뉴스를 맹신하고 재확산하는 행위,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의 판단을 폄훼하는 행위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원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없다.
필자는 윤석열의 대통령직 탄핵 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예상은 물론이고, 예언은 더더욱 하고싶지 않다. 필자는 종교문화사 연구자이지, 예언가나 종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알면 앞으로의 결과를 조금은 예측할 수 있고, 미래를 알 수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불안을 덜 수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지킨 것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망가뜨린 자들이다. 이들이 망가뜨린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것은 시민들이다. 3.15 부정선거 이후 김주열 열사를 시작으로 4.19혁명에 이르는 동안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결국 이승만을 대통령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박정희는 김재규에게 암살당했지만, 그 시발점은 YH사건, 부마항쟁 등이었다. 그리고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하다가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대학생들이 목숨을 잃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독재에 저항한 끝에 6월 항쟁을 통해 개헌을 이루어냈다. 많은 희생자가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2016년 말, 엄동설한 속에서 시작된 박근혜의 대통령직 탄핵 요구 촛불집회는 결국 탄핵을 현실로 만들었다. 지금처럼 박근혜의 대통령직 탄핵에 반대하는 자들이 맞불 집회를 개최했고, 언론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근혜의 대통령직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도 지금과 비슷했다. 박근혜의 대통령직 탄핵이 인용된 순간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들 가운데 경찰 버스를 탈취한 자도 있었고, 분신해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역사가 있었기에 윤석열 탄핵 판결이 임박한 이 시점에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간이 걸리고 과정이 험란하더라도 역사는 모든 것이 결국 옳은 결과로 이어졌음을 보여줘 왔다. 미래를 모르는 것으로 인해 불안해 하는 것은 인간의 특징이지만, 역사를 알면 그 불안을 좀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의 험란함을 알면 스스로가 행동해야 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옳은 결과의 혜택을 얻을 것이다. 행여 일시적으로 옳지 않은 결과가 생기더라도, 그 옳지 않은 결과의 혜택을 누린 자들은 역사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