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의 아름다운 한국어] 우리말의 제자리 잡기

2025-08-11     김우영 문학박사
△ 김우영 문학박사

유명한 역사 인물 생가에 가면 'OOO 나신 곳' 이라는 표지판을 자주 본다. 예전 같으면 '출생지(出生地)'나 '탄생지(誕生地)' 란 말을 썼다. ‘고수부지’가 ‘둔치’가 되고 ‘노견’을 ‘갓길’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나들목’으로 변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바른 우리말 사용이 뒤로 밀려나 있다. 그 예의 하나는 '하늘'을 가르켜 '허공(虛空)'과 '공중(空中)'이라는 오류가 있듯이 말이다.

녹음짙은 신록의 여름에는 포도나 칡, 수박처럼 줄기가 곧게 서지 않고 땅 위를 기거나 담에 붙어 자라나는 식물의 줄기를 ‘덩굴’이라고 한다. 여기서 넝쿨은 다른 말인가? 하고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덩굴과 넝쿨 둘 다 맞는 말이다.

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쇠고기’는 어떠한가? 쇠고기의 ‘쇠’는 ‘소의~’의 준말이다. 쇠기름, 쇠가죽, 쇠머리, 쇠꼬리 등이 있다. 그러나 한국어문 표준어규정(1988년 1월)은 소기름, 소가죽, 소머리, 소꼬리 등도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소도둑이나 소장수, 소달구지 등은 소의 부산물이 아니므로 ‘소의~’의 함축 형태인 쇠도둑, 또는 쇠장수, 쇠달구지로 사용하면 안된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날씨를 보고 ‘가물, 가뭄’, 아이들이 예쁜 새 옷을 ‘고까, 꼬까, 때때’, 헝겊이나 종이의 조각은 ‘나부랭이, 너부렁이’라고 부른다. 이는 발음과 언어가 비슷하여 복수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