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의 아름다운 한국어] 그리고 나서

2025-09-08     김우영 문학박사
△ 김우영 문학박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아침에 세수를 했다. 그리고 나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 나서’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고’에 ‘-나서’를 덧붙여 쓰는 것은 잘못이다. 이 경우는 ‘그러고 나서’로 써야 맞다.

‘그러고 나서’의 ‘나서’는 보조동사 ‘나다’를 활용한 형태이다. 여기에서 ‘나다’는 “할 일을 하고 한결 홀가분했다”처럼 ‘-고 나다’의 구성으로 쓰여 앞 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낸다. 보조동사이므로 앞에 동사가 오게 된다.

‘그리고’는 동사가 아니라 접속부사이므로 ‘그리고 나다’의 형태로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리고 나서’는 바른 말이 아니다. 앞의 말을 살리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

“아침에 세수를 했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나서’를 빼고 “세수를 했다. 그리고 이를 닦았다 로 하면 된다. ‘저러고 나서’ ‘이러고 나서’의 경우는 어떨까? ‘저러다’는 ‘저리하다’ ‘이러다’는 ‘이리하다’의 준말이다. 둘 다 동사다. 그러므로 ‘-고 나다’가 붙어도 문제 없다.

‘그리고 나서’와 마찬가지로 흔히 잘못 쓰는 것이 접속부사 ‘그리고’에 ‘는’을 붙인 ‘그리고는’ 이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바른 표현인 ‘그러고는’과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