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손님 뺏길라…체크카드 인기에 대비하는 카드사

체크카드 인기 반등…MZ세대 중심으로 수요 확대 은행·핀테크 주도 속에서 카드사도 맞춤 전략 강화 신용카드와의 경계 허물며 시장 재편 움직임 전망

2025-04-04     김효인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최근 은행과 핀테크 업계에서 출시한 체크카드들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카드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신용카드보다 즉시 결제가 이뤄지고 소비 통제가 용이한 체크카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기존의 수익 구조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대응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락세를 이어 오던 체크카드 사용량이 지난해 4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며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업 8개 카드사의 체크카드 발급량은 6288만1000장으로 전년 동기(6129만7000장)보다 158만4000장(2.6%) 증가했다. 2016년 6789만장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둔화됐던 체크카드 발급량이 8년 만에 반등한 셈이다.

이는 부채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보다 계획성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셈이다. 이에 과거에는 신용카드가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등 혜택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체크카드도 연회비 면제를 비롯해 강력한 캐시백, 포인트 적립, 간편결제 연동 등 차별화된 혜택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체크카드 시장 변화로 카드사 대응 전략도 ‘수정’

체크카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카드사 간 대응 방식에도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 계열 카드사는 자사 은행의 계좌 개설과 연계해 체크카드 발급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입시키는 반면, 전업카드사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젊은 세대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KB국민카드는 자사 계열 은행과 연계한 ‘노리 체크카드’의 혜택을 강화해 학생과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신한카드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SOL페이(쏠페이)’와 연동된 체크카드나 ‘딥드림’ 카드로 사용 편의성과 실적 혜택을 겨냥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네이버 연동이나 ‘트래블로그’ 등의 체크카드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우리카드 또한 ‘카드의 정석’이나 ‘위비트래블’ 브랜드로 체크카드 선택지를 넓혀 주목받고 있다. NH농협카드도 ‘춘식이달달·어피치스윗’ 브랜드와 ‘NH20 해봄’ 체크카드로 젊은 세대 유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비은행계 카드사들 중에서는 현대카드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4분기 체크카드 발급량은 62만장으로, 이는 전년 동기(48만6000장)보다 13만4000장(27.6%) 급증한 수치다. 이는 현재 현대카드에서만 사용 가능한 애플페이를 체크카드로 이용하려는 회원들의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앤리서치 조사 결과 1분기 국내 신용카드사 중 온라인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삼성카드도 다양한 체크카드를 선보이고 있으며, 롯데카드 또한 특정 가맹점에서 추가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다만 전업카드사는 수익성이 낮은 체크카드 시장 진출에 조심스러우면서도 장기적인 고객 확보 차원에서 맞춤형 상품을 선보이는 모양새다.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세대별 혜택 카드’나 코스트코, 네이버, 스타벅스 등과 연계한 PLCC(제휴형 체크카드) 방식의 출시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있다.

다만 은행 계열 카드사에 비해 전업카드사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로는 수익성 문제가 거론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전업카드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특히 은행이 함께 있는 카드사의 경우 계좌 연계 등으로 체크카드를 홍보하기 용이한데 전업카드사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선택지를 넓힌다는 차원에서 향후 주 이용층이 될 수 있는 MZ세대를 선점하기 위한 중요한 접점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핀테크 기업과 협력하거나 간편결제와 연계된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혜택으로 무장…신용카드·체크카드 경계 흐려진다는 전망도

체크카드 시장에서는 은행을 넘어 핀테크 기업들도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최고 인기 체크카드는 ‘케이뱅크의 ONE 체크카드’이며, 인기 10위권에 토스뱅크와 페이코, KG모빌리언스의 카드들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토스 등 인터넷은행은 앱 기반의 사용자 경험(UX)을 극대화한 체크카드로 빠르게 고객층을 넓히고 있으며, 고객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카드사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카드사들은 핀테크 업체와 협업하거나 자체 간편결제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등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 현대카드는 자사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 행동 패턴을 분석한 맞춤형 혜택을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는 삼성페이 연동 중심의 전략을 통해 플랫폼 기반 소비자 락인을 강화하고 있다.

체크카드의 부상은 카드사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장 눈앞에서는 결제 수수료 및 리볼빙 수익 감소가 우려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미래 고객인 젊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간 연계 혜택을 강화하는 전략이나 체크카드 실적에 따라 신용카드 혜택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카드’ 형태의 상품 개발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향후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경계는 점점 흐려질 것”이라며 “기존 수익 모델에만 의존하기보다 선택지를 갖추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응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