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앞두고 ‘결집’ 외친 의총...“같이 못 앉겠다” 내홍 폭발

권성동 “두 달 후 대선...절대로 져선 안 돼” 당 결집 촉구 이재명 “이제 진짜 대한민국 시작”...헌재 결정에 민주당 환영

2025-04-04     박고은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사상 초유의 헌정사적 사건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직후 열린 의원총회(의총)에서는 탄핵 찬성파를 향한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며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조기 대선을 불과 60일 앞둔 시점에서 분열 수습보다 공방이 우선시되면서, 당의 진로는 물론 향후 보수진영 재편 및 대선 구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발표된 4일 오후 열린 국민의힘 의총에는 침통함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에 찬성한 동료 의원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며 회의장 내부는 거센 책임 추궁의 장으로 변모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윤상현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저는 헌재 결정 그 자체가 쇼크(충격)”라며 “정말 저 정도의 결정이 나오리라 상상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면 헌재가 정말로 국민 신뢰를 잃게 되고 가루 될 것’이라고 대한민국 최고의 헌법학자가 이런 말씀까지 했다”고 전하며 헌재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윤 의원은 “제발 탄핵만은 막자고 읍소했는데 우리 동료 의원들이 탄핵에 앞장섰다”며 “지금도 저 안에서 같이 못 앉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을 두 번 탄핵시키는 어리석은 집단이 어디 있나”라며, “앞으로의 현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법, 사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이재명 일극 나라가 된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분열을 막고 이재명의 나라를 막기 위한’ 지혜를 모아달라 했다”고 덧붙였다.

의총에서는 조기 대선을 대비한 빠른 전열 재정비도 강조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정운영에 공동책임이 있는 여당으로서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곧장 “두 달 후면 대선이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될 선거”라며 당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피와 땀과 눈물로 지켜온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며, “가장 강한 쇠는 가장 뜨거운 불에서 나온다. 다시 한번 우리 모두 각오를 다지자. 새로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여당이 탄핵 정국의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헌재 결정에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헌법을 파괴하며 국민이 맡긴 권력과 총칼로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협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선고됐다”며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촛불혁명에 이은 빛의 혁명으로 대한민국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극적으로 부활시켰다”고 평가하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향해, 성장과 발전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거대한 정치 충격파는 이제 조기 대선이라는 시한폭탄과 맞물려 정국 전반에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책임공방으로 얼룩진 국민의힘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체제를 재정비할 수 있을지, 아니면 보수 재편의 불씨로 번질지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