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현장] 다시 찾은 봄, 尹 파면 선고되자 헌재 앞 시민들 환호 물결

비상행동 “헌법과 민주주의의 힘 재확인했다” 8:0 파면 위한 결의대회…‘사회대개혁’ 촉구 尹 지지자들, 차분한 가운데 분통 터뜨리기도

2025-04-04     홍기원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 모인 시민들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선고하자 환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들은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선고시각을 확인하고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선고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뻐하며 환호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3일 만에 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봄이 찾아온 순간이다.

시민들은 4일 이른 오전부터 헌법재판소와 가까운 안국역 일대에서 질서정연하게 집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이미 전날 밤부터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윤석열 8:0 파면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헌재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기다렸다.

비상행동 공동의장인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결의대회를 여는 말에서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주권자, 시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라며 “민주시민의 이름으로, 주권자의 이름으로 헌법 파괴범의 책동에 의연하고 당당하게 맞서자”고 외쳤다. 이어 “파면이 끝은 아니다. 광장에서 애타게 주장했던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 사회, 전쟁과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난 평화 안전 사회, 누구나 인간답게 사는 ‘다시 만난 세계’를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멈추지 말자”고 다짐했다.

비상행동 공동의장인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맨몸으로 무장한 계엄군을 막은 그 순간부터 123일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윤 대통령을 파면하고 다시 사회대개혁을 위해 모여야 할 것”이라며 “그 광장에서도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윤석열 8:0 파면을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비상행동은 선고 시간인 11시가 가까워지자 대회를 멈추고 뉴스 특보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선고 발언에 귀를 기울이며 윤 대통령의 위헌 및 위법사항을 조목조목 짚을 때마다 손뼉을 치며 반겼다. 마침내 문 권한대행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하자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며 축하를 나눴다. 

비상행동은 헌재의 선고 이후, “주권자 시민의 승리이자 수많은 시민의 희생과 민주항쟁으로 일궈온 헌법과 민주주의의 힘을 재확인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겨울 광장에 모인 응원봉과 깃발의 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덧 봄이다. 움트는 새싹의 힘으로, 겨우내 광장을 지킨 주권자 시민의 힘으로 사회대개혁을 완성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윤 대통령을 지지해온 탄핵반대단체들은 같은 날, 헌법재판소 인근에 각각 분산해서 집회를 열었으나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헌재의 선고를 기다렸다. 일부 참가자들은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4일 서울 종로구 계동 일대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들이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경찰은 헌재를 중심으로 반경 150m 구간에 차벽을 중심으로 폴리스라인을 두르고 충돌을 막기 위한 ‘진공화’를 진행했다. 4일 자정부터는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할 수 있는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종로 일대에 기동대 110여개 부대 7500여명을 투입했다. 

경찰은 비상행동이 집회를 연 안국역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진행한 탑골공원 사이의 골목길에도 경력을 배치해 양측의 접촉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여의도 일대에도 각각 약 30개 부대 2000여명, 20여개 부대 1500여명을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