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타산 안 맞네…LG화학, 통풍치료제 임상 중단
시장 규모 5조원 전망했는데…개발비 대비 자금 회수 불확실 LG화학 석화 부문 실적 악화‧그룹사 ‘선택과 집중’ 기조 영향 파이프라인 과반인 항암제에 집중, 두경부암 치료제 임상 3상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LG화학이 국산 신약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통풍 치료제의 임상 개발을 중단했다. 최근 실적 부진 속에서 향후 개발과 상업화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항암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던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의 임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이 임상은 미국, 유럽, 한국 등 21개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4분기에 임상이 종료되고, 오는 202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었다.
티굴릭소스타트는 LG화학이 자체 개발 중인 통풍 치료제로, 요산 배출 저하형 환자에게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기존 치료제는 안전성 문제로 널리 쓰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임상 3상을 유렐리아1(EURELIA-1)과 유렐리아2(EURELIA-2)로 나눠 진행했으며, 지난해 11월 발표된 유렐리아1의 톱라인 결과에서는 위약 대비 우월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현재까지 임상 3상에는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화학은 유렐리아2 임상은 전략적 자원 재배분 차원에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완료까지 남은 시간과 상업화 과정에서의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 대비 회수의 불확실성이 컸다”며 “보다 미충족 수요가 큰 항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사 측은 글로벌 통풍 치료제 시장이 2027년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티굴릭소스타트가 이 시장을 온전히 차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수요 환자가 예상보다 적다는 분석이다. 통풍환자는 요산 배출이 어려운 ‘배출저하형’과 ‘과다생성형’으로 나뉘는데 배출저하형이 전체 환자의 90%를 점하고 있다. 티굴릭소스타트는 요산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전체 환자 10%에 불과한 과다생성형 환자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임상 중단의 배경에는 LG화학의 전반적인 사업 구조 재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과 함께 에스테틱사업부 등의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회사 전반의 구조 효율화가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잘할 수는 없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LG화학은 대신 항암제 중심의 신약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항암제는 시장 규모가 크고, 미충족 수요 역시 높은 분야다.
현재 LG화학의 21개 파이프라인 중 12개가 항암제에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미국 자회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가 진행 중인 두경부암 치료제 등 3개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적기 개발 시 오는 2030년 전 FDA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앞서 2022년 미국 신약 개발 기업 아베오 지분 100%를 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아베오는 FDA로부터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의 승인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도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LG화학은 이 인수에 앞서 진단사업부를 매각해 재원을 확보한 바 있다.
다만 LG화학의 항암제 집중 전략은 새로운 움직임은 아니다. 지난 2022년 아베오 인수 당시 LG화학은 “항암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