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해 봄은 꽃보다 전화로 먼저 왔다

2025-04-10     심희수 기자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올겨울은 유독 길었다. 포근한 낮 기온이며, 미세먼지며 세상은 이미 봄이 왔음을 알렸는데, 마음만은 엄동설한이었다. 참 긴 겨울이었다.

이제 여의동로의 벚꽃을 만끽해도 되는 걸까.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쪽이 시리다. 건설업계는 여전히 지독한 겨울을 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쳤지만 재기의 의지를 내비친 건설사가 올해 들어 9곳이 나왔다. 일하고 싶고, 일을 구하고 있으나 설 자리가 위태로운 가장은 지난달 2만1000명이 늘었다. 올해 들어 40명 이상의 작업자가 현장으로 나섰다가 영영 귀가하지 못했다. 

건설부동산부 기자로서 여의도의 벚꽃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건설업계에선 앞으로 못해도 2~3년 이상은 혹한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내일 당장 잘 알려진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언젠간 나아지리라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6월 3일엔 이 겨울의 끝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8일 국무회의를 통해 조기 대선일을 6월 3일로 확정했다. 정치권에서도 잠룡들이 몸을 풀고 있다.

장미대선에서 ‘콘크리트’에 호소하는 이가 아닌, 현장에서 흙먼지를 씹는 ‘공구리’의 생계를 먼저 살피는 이를 국민이 선출해준다면 이 겨울도 끝나리라고 생각한다.

‘제10회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 순간의 소감을 ‘올해 봄은 꽃보다 전화로 먼저 왔다’라고 밝힌 박종민 시인의 말을 빌려 건설업계에도 ‘신춘’이 오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듬해 봄은 꽃보다 먼저 현장에 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