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_Pub: 출판사 무제] 배우 박정민이 주목한 소외된 이야기들
[인터뷰] 출판사 무제 박정민 대표 책 좋아하던 읽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출판계 어려움 체감... 책 활용해 여러 시도 중 작가 발견하거나 섭외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이야기들 해보고 싶어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덕질의 끝은 창작’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활동 중단 해프닝에 휘말렸던 배우 박정민이 출판사 대표로 등장하며 ‘책 덕후’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박정민 배우는 배우 활동 당시에도 필명을 사용해 칼럼을 연재하거나 책 출간, 독립서점 운영 등 꾸준히 ‘책’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왔다. 책을 단순히 좋아하기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그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스스로 책을 만드는 사람의 길을 택했다.
무제는 ‘이름 없는 소외된 것들을 살펴보겠다’는 이념 아래 세워진 독립 출판사다. 단순히 책을 출간하는 곳이 아닌,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이야기를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무제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2020년 1월 설립 이후 <살리는 일>, <자매일기>, <첫 여름, 완주> 등 의미 있는 작품들을 발굴하고 독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배우가 아닌 출판사 대표 박정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책에 대한 철학과 무제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배우 박정민이다. 요즘에는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여러 군데 등장하고 있다.
Q.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돌연 출판사 대표로서 나타났는데. 출판사를 차리고자 마음먹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면.
출판사를 차리겠다고 다짐한 후에 가장 먼저 사는 곳 근처 구청에 가서 출판사 등록 신고를 했다. 출판사 등록은 했지만, 곧바로 본격적인 출판 작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신고 후 7~8개월 후에야 박소영 작가의 <살리는 일> 원고를 받고서야 처음으로 출판사 무제에서 출간하는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Q. 낮은 독서율로 출판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분위기인데, 그럼에도 출판사를 직접 운영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에 책방을 운영하게 됐고, 이전보다 더 책과 가까워지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렇게 책과 가까이 숨 쉬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충동적으로 출판사 무제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출판사를 열고 책을 하나둘씩 출간하다 보니, 책을 만드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출판계가 정말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도 깨닫고 있다. 하지만 출판사 대표로서 이 판에 직접 뛰어들며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니 책을 가지고 해볼 수 있는 것들도 많다고 느낀다. 요즘은 우리가 만든 책 한 권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즐거운 고민이라고 생각하며, 이 마음으로 꾸준히 좋은 책들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Q. 출판사는 현재 대표와 이사, 2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운영 부분에 있어 신경 쓰는 점과 앞으로 규모를 더 확장할 계획이 있는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사님과 내가 운영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협업자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하면서, 최상의 협업을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만이 옳다는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적으로 상대를 믿고 시작한다. 작가님, 편집자님, 디자이너님 등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결과물을 기다리다 보면 끝내는 행복해지는 순간이 오더라.
아직은 2명이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무제를 향한 관심이 더 많아진다면, 그에 맞춰 확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욕심을 앞세우기보다는, 항상 객관적이고 겸손하게 우리의 상태를 점검하고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Q. <살리는 일>, <자매일기>, <첫 여름, 완주> 등 지금까지 3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인상 깊은 사건이나 기억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책 <살리는 일>의 완성본을 받아보았을 때다. 항상 완성된 책을 보기만 하던 사람에서, 책을 만드는 과정을 책임지게 되니 이전과는 다른 감회를 느꼈다. 출판인으로서 지식과 기술이 전무했던 제작자가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어떻게든 만들어낸 그 책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Q.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서 출간할 작품을 찾아 나서는 편인지, 보이는 원고 중 선택하는 편인지.
보통은 작가를 발견하거나 섭외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여러 문예지나 소설집, 에세이 등을 보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분들이 있다. 혹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꼭 해야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계시는 분도 있다. 아니면 평소 모시고 싶었던 작가분들에게 직접 연락을 드리기도 한다. 원고보다는 작가를 발견하는 게 주 업무 중 하나다. 훌륭한 작가님들의 원고는 보통 훌륭하기 마련이니까.
Q. 성수 전시, 오디오북 키링 등 출판사 무제의 두 번째 출간 책인 <첫 여름, 완주>의 색다르고 독특한 마케팅 방식이 화제가 됐다. 출판사에 흔히 볼 수 없던 이런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책 한 권으로 어떤 2차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 참 궁금했다. 그래서 실물 책보다 오디오북을 먼저 발간하고, 청각에 의존해 소설을 경험하는 책 전시를 여는 등 이번 <첫 여름, 완주>를 통해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을 해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책뿐만 아니라, ‘무제’라는 브랜드 자체도 마케팅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책을 조금 더 가깝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통해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 또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장도 꾸준히 열어볼 생각이다.
Q. 출판사 무제의 방향성과 목표와 있다면.
지속적으로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특별한 색을 갖지 않은 채로 그 누구도 이 출판사 안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생겼으면 좋겠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부담 없이 내던질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무제에서 공개예정인 <사나운 독립>에 대해 짧게 소개해준다면.
<사나운 독립>은 1980년대생 세 여성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내밀한 언어로 기록한 에세이다. 온전한 ‘나’와 ‘나의 언어’를 향한 사나운 독립의 과정을 찬찬히 적어 내려간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평소 애독가로도 유명한데, 본인을 여기까지 이끈 책이나 작가가 있다면.
너무 많은 작가님들을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딱히 특정 작품이나 작가님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우연찮게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그간 사랑해온 국내외 수많은 작가님이 제게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겠다. 늘 마음속에 품고 사는 책이 다르고, 한동안 외면했다가 다시 끌어안는 책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책과 옥신각신하면서 결국에는 이렇게 만드는 사람까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