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김민석 청문회, ‘파파돈’에서 증인실종까지…리더십 시험대 오른 이재명 정부
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강경 대치가 청문회의 본질을 넘어섰다. 재산 증식 논란, 발언 논란, 증인 채택 공방 등은 단순한 인사검증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리더십과 국정 동력을 가늠하는 정치적 풍향계로 작동하고 있다. ‘청문회 정치’의 프레임 속에서 여야가 겨누는 것은 단지 김 후보자 한 명이 아닌, 차기 국면의 주도권이다.
‘파파돈’ 공세 속 야당 노림수는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를 향해 ‘파도 파도 돈’이라는 조어를 활용해 ‘파파돈’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도덕성과 경제적 투명성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주요 쟁점은 세 가지다. △5억 수입 대비 13억 지출의 해명 미흡 △아들 유학자금의 출처 불분명 △논문 내 탈북민 지칭 표현 ‘도북자·반도자’의 부적절성.
김 후보자는 정치인으로서 받은 후원금과 인세, 부조금 등을 지출의 근거로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은 “5억 원 수입에 13억 지출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조목조목 따졌다.
아들 유학 자금 출처도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김 후보자의 아들이 해외에서 장기간 유학했는데, 이에 대한 자금 흐름에 대한 공식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고 공세를 가했다.
또한, 김 후보자의 논문 내 탈북민 표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석사 논문에서 탈북민을 ‘도북자(逃北者)’, ‘반도자(叛道者)’로 표현한 것이 알려지며, ‘친중 성향’ 논란까지 확산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증인 문제였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전 부인, 자녀 유학비 관련 제3자, 과거 정치 후원자 등 핵심 증인 8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부분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재산 형성과 관련된 직접 이해당사자 또는 정황 증언자였다.
야당은 이를 통해 단순한 흠집내기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도덕적 한계선을 선명히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가 여전히 대선 패배 이후 진로를 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청문회를 대정부 투쟁의 상징적 장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여당 방어 논리는 ‘정권 보호막’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맞불을 놨다. 야당의 증인 요구에 대해 “가족사에 대한 과도한 개입”, “정략적 망신주기”라고 규정하며 반대했다. 이후 열린 인사청문특위 협상은 지난 6월 21일 최종 결렬됐다.
주목할 점은 당 내부의 기류다. “김민석을 지키는 것이 곧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는 일.” 이는 수세를 벗어난, 정권 초반 리더십 붕괴 차단을 위한 정치적 총력전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 논문 표현 논란에 대해 “중국 내 학술적 용례에 불과하다”며 색깔론 공세를 차단했고, 지출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 될 사안은 없다”며 정면 방어에 나섰다. 청문회 증인 채택 결렬에 대해서도 “야당의 정략적 요구”라며 역공에 나섰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무너지면 이후 장관 인사청문회는 물론, 대통령 리더십에도 금이 간다”며 “이번 방어는 단순한 인사 방어가 아니라 정권의 정당성 수호전”이라고 말했다.
증인 없는 청문회, 전례 없는 검증 실종
결국 여야는 증인 채택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증인 없는 인사청문회가 확정됐다. 청문회는 오는 24일부터 본격 개시될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증언을 통한 검증은 불가능해졌다. 이는 헌정 사상 전례가 드문 사례로 남게 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증인을 막아 청문회를 무력화시켰다”며 반발했고, 민주당은 “사생활 침해를 정당화하려는 야당의 꼼수”라며 역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제 인사청문회는 사라진 검증 기능과 강화된 정치투쟁만 남았다”며, 현행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으로 번지고 있다.
전례 없는 검증 실종으로 인해 여야 모두 국민적 신뢰를 상실할 수 있고, ‘정략 청문회’라는 프레임이 고착될 수 있다. 나아가 향후 모든 인사청문회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재명 정부 리더십, 청문회에 달렸다
김민석 후보자는 문민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을 거친 대표적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다. 만약 그가 낙마할 경우, 이는 단지 총리 후보자의 실패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정치적 인재 카드의 좌절이기도 하다.
특히 김 후보자는 내각 통할과 대야 협치라는 정무형 총리의 기대를 받은 인물인 만큼, 낙마는 정부의 전략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광수 초대 민정수석이 ‘배우자 차명 부동산 관리 의혹’으로 사퇴한 데 이어 총리 인사까지 흔들릴 경우, 이재명 정부의 리더십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여권 내부 결속 뿐 아니라 향후 내각 인선 전체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이재명 정권의 도덕성 기준을 문제 삼는 기점으로 삼아,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 패배 후 당내 분열과 전략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야당 입장에서는, 청문회를 통해 여권의 도덕성 한계를 조명하고 여론을 반전시키는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문회는 정치적 전면전이 되었고, 여야 모두 본게임을 준비하는 전초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쟁 무대 된 인사청문회, 신뢰 회복 가능할까
김민석 청문회는 후보자 개인의 검증을 넘어, 정치권 전체의 ‘정치력’과 ‘정직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실체적 진실이 아닌 정치적 프레임으로 격화된 청문회는, 결국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길 수 있다. 정파를 떠나, 인사청문회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지 않는 한, 이 싸움의 최종 패자는 정치 전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