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청년] 실천하는 청년보좌역 정수영 “좋은 정책은 사회 반응을 읽는 감수성에서 출발”
대학원 논문·일상·일터를 ‘청년’으로 채워 청년이 겪는 어려움, 개인문제로 봐선 안 돼 ‘취업 지연’은 국가 손실...구조부터 짚어야 청년 현실 바꾸는 ‘실천가’로서 성장하고파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불확실한 미래에도 확고한 꿈을 가진 이 시대 청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연재 코너 ‘이달의 청년’의 열아홉 번째 인물, 청년 정수영의 얘기를 들어봤다.
청년 정수영은 불안정한 노동과 공공임대 등 스스로 겪은 삶의 경험을 토대로 청년 문제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R&D 전문기관이라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벗어나 대한민국의 정책을 설계하는 청년보좌역이라는 짧고 치열한 여정에 뛰어든 이유도 “직접 청년을 연구하고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청년 정책을 위해 한 주에 쓰는 시간은 자그마치 80시간으로, 데이터 분석부터 정책 글쓰기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청년의 삶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구조화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감을 위한 감수성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청년 정수영만의 신조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정책으로 밥벌이하고 있는 정수영이다. 2025년 2월부터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으로 근무중이며 임기는 오는 10월 말까지다.
이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KIAT(한국산업기술진흥원), 보건복지부의 KHIDI(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소벤처기업부의 TIPA(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R&D 사업관리로 경력을 쌓아왔다. 인턴, 계약직, 정규직을 거치며 연구원(R&D 사업관리)으로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그 밖에 현재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과정을 병행하고 있고 올 연말 졸업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정규직 연구원 자리를 내려놓고 짧은 임기의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에 도전한 건 현장성과 제도 이해를 겸비한 정책가로 한 단계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Q. 청년보좌역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청년보좌역은 청년정책에 관한 전문인력이다. 소속 부처의 정책이 청년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현장의 인식과 의견을 수렴하고 청년의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 하나는 청년 관련 정책자문기구의 운영을 지원하는 일이다. 현재는 2030자문단이 있다.
청년보좌역 제도는 청년기본법 시행령 제21조의2에 법적 근거가 명시돼 있으며 전문인력으로서 맡은 분야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 능력이 요구된다. 결국 현장을 뛰는 행동력과 목소리를 듣는 경청 능력, 정책을 고민하는 학구적 태도까지 모두 요구되는 자리다.
Q. R&D를 하다가 청년보좌역을 지원하게 된 과정은.
원래는 R&D전문가를 목표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R&D 공공기관에서 사업관리를 경험했고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는 과학기술과 산업정책을 공부하며 AI분야로 전문성을 좁혀갔다. 과기정통부 2030자문단에서는 과학기술정책 분과장으로 활동하며 현장 감각도 키웠다.
그런데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기술 이전에 사람, 특히 고숙련 청년 인재가 먼저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연구하고 혁신도 사람이 이끄는 일인데 저출생과 고령화, 양극화 시대에서 청년의 생존전략은 구직 지연, 이공계 기피, 의대 쏠림, 전문직 선호, 쉬었음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통해 청년을 이해하기보다는 직접 청년을 연구하며 더 깊이 알고 싶었다. 우리나라를 디자인하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라면 이 고민에 구조적으로 접근하고 개선을 제안할 수 있는 자리라고 판단해 청년보좌역에 도전하게 됐다.
Q. 청년보좌역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청년보좌역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는 정책가로서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것이다. 청년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정책의 언어로 정제해 제도 설계로 연결하는 실력을 기르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도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회현상과 정책 구조를 함께 탐구하며 글로 정리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청년을 탐구하면서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청년을 단지 복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의 주체이자 전략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확산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청년과 산업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정책가로 성장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Q. 최근 관심사는.
요즘 관심의 거의 전부는 ‘청년’에 쏠려 있다. 기재부 청년보좌역으로서 청년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정책 언어로 정제해 부처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학원 논문 주제도 청년이다. 일과 학업으로 계산해보면 주당 약 80시간은 청년에 관해 몰두하고 있다.
회사든 학교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청년 관련 시사를 챙기고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발굴하고 경청한다. 그렇게 쌓인 경험을 통계와 데이터, 논문을 통해 분석하고 해결책과 방향성을 고민한다. 고민의 결론은 정책 글쓰기로 이어진다.
Q. 청년세대가 왜 중요한지.
국가 경제 관점에서 청년은 단순한 복지 대상이 아니라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예를 들어 청년의 첫 취업이 지연되면 생애 총소득이 평균 약 5000만원 줄어든다고 한다. 올해 기준 청년 인구는 약 1025만명으로, 청년의 취업이 지연되면 나라에서는 약 512조원 규모의 잠재적 경제활동이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그 손실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득이 줄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성장은 둔화된다. 성장이 둔화되면 복지 지출이 늘고 이는 결국 전 세대가 부담해야 할 구조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청년 문제는 개인이 아닌 우리경제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다.
Q.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지닌 부담이나 고민이 있다면.
노성비, 즉 ‘노력 대비 성능’이 나오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런데 이 고민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구조적 모순이 고민을 더 키우고 있다는 점이 더 걱정이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일자리가 있는 지역은 대부분 주거비가 높고 대출로 집을 마련해도 이자 부담이 크다. 기대수명은 이미 80세를 넘겼고 20~30년 뒤엔 부양비가 지금의 3배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노후는 차치하더라도 당장의 주거 마련과 결혼 준비, 자산 형성을 위해 적금과 투자를 하다 보면 소비 여력은 빠르게 줄어든다.
괜찮은 수준의 소득을 기대한다면 더 많은 노력과 자원투입이 필요하지만 초경쟁 구조에서 그 보상이 과연 합리적인지 회의가 들 때도 많다. 취업, 주거, 결혼, 출산 등 삶의 거의 모든 선택 앞에서 도전을 반복해야 하고 포기하거나 계속 달려야만 하는 현실은 꽤 큰 부담이자 고민으로 남는다.
그래서 그 고민을 단순히 끌어안고만 있지 않기 위해 정책을 공부하고 글을 쓴다. 지금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조의 언어로 우리 청년의 삶을 다시 설계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Q.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정책을 배우기 전,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몸으로 먼저 체감한 인생이었다. 남들보다 느리게 출발했고 불안정한 노동을 경험했으며 공공임대를 통해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체감하기도 했다.
그 시간들은 단순한 개인 경험이 아니라 제도와 사람이 만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이 경험들은 청년 정수영을 수혜자의 위치에서 정책 설계자의 위치로 이끌었다.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순간을 겪었기에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정책을 단지 분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삶의 언어로 번역하고 구조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재부에서 마주치는 이들이 걸어온 경로와는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인 서사를 통해 정책의 현장성과 구조적 시야를 함께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Q. 최근 읽은 책을 소개하자면.
최근 읽은 책은 이승윤 교수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다. 플랫폼 노동, 회색지대 노동, 청년 노동 등 오늘날 다양하게 분화된 불안정 노동의 현실을 날카롭게 다룬 책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사태를 분석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대학원 정책평가 수업에서 다뤘던 케냐의 Finance Bill 2024 Protests(케냐 정부가 ‘재정 법안 2024’에서 제안한 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케냐에서 일어난 일련의 분산형 대규모 시위)와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았다. 두 사례 모두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 ‘사회적 수용성’이 부족했을 때 어떤 정치·사회적 반향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정책 설계의 핵심 과제가 단순한 타당성이나 논리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점을 실감했다. 특히 SNS를 통한 집단적 공감과 분노의 확산은 정부 정책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변수다.
그래서 지금의 정책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 중 하나는 ‘감수성’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기술적 설계 능력과 제도 이해도 중요하지만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읽어내는 감수성이 없는 정책은 치명적이다.
Q. 10년 후 나의 모습은.
10년 후에는 사람과 기술, 산업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정책가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청년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10년 후 정수영의 추구하는 정책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이고, 기술과 산업은 연결해야 할 성장의 축일 것이다.
앞선 5년 동안은 박사과정을 밟으며 정책 이론과 분석 역량을 정교하게 다져갈 것이고 이후 5년은 정책 현장에서 구조를 설계하고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을 것이다.
R&D 정책 실무, 청년정책 현장과 연구, 정책학 박사과정을 모두 경험한 이후 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입체적으로 해석해 제도로 전환해 나가는 정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것이다.
Q. 앞으로 이건 꼭 해보고 싶다, 버킷리스트 1위는.
버킷리스트 1위는 언젠가 직접 설계한 정책이 제도화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정책 사례’로 인용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시장의 실패와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구조 하나를 정교하게 설계해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지게 만든다면, 그 사명감과 뿌듯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직접 만든 정책과 구조가 누군가의 기회가 되고 숨 쉴 공간이 됐으면 한다. 기왕이면 덜 불행하고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Q.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오늘날 1차 노동시장의 정규직은 ‘신분’처럼 작용한다.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신분제는 더욱 공고해진다. 통계로 보아도 그렇다. 취준생의 구직기간은 길어지고 누적 수험생은 늘어간다.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노동시장 진입은 늦어지고 생애 총소득은 줄어든다. 주거·결혼·출산·양육이라는 다음 문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 구조는 우리를 반복된 경쟁과 생존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밀어넣는다. 그 결과 일부는 ‘쉬었음’을 선택하거나 최소한의 책임 안에서 삶의 균형을 찾으려 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압력 속에서 나타나는 생존 반응일 것이다.
청년을 주제로 일하고 연구하고 또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살아가며 느낀 점은 명확하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구조 안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당신의 이야기에 정책가이자 한 사람의 동료로서 진심을 담아 ‘좋아요’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