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발표로 가입자 대거 이탈…이통시장 ‘격변’

위약금 면제에 경쟁사 신규 유입 경쟁 “해킹 사태 이후 이용자 상당수 떠나”

2025-07-09     최주원 기자
SK텔레콤 임봉호 MNO사업부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사이버 침해사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이후 전격적으로 가입자 위약금 면제를 발표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위약금 부담 없이 타 통신사로 옮길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가입자 이탈이 급증함과 동시에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간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총 1만7488명에 달했다.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공식 발표한 직후인 5일(1만660명)과 비교하면 64.1% 급증한 수치다.

번호이동의 흐름을 세부적으로 보면 SK텔레콤에서 KT로 옮긴 이용자는 8336명, LG유플러스는 9152명이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가입자는 각각 488명, 5925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이틀간 순감 인원만 6675명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전체 번호이동 규모도 3만618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동통신 시장이 들썩이게 된 계기는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조치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해킹 사고 관련 대응책을 발표하며 약정 가입자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브리핑에서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는 “위약금 면제는 회사에 매우 큰 손실이 예상되는 중대한 결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약금 면제를 전격 시행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SK텔레콤 가입자 이탈은 해킹 사고 발표 전에는 하루 수천 명 수준에 머물렀지만, 발표 이후 단기간에 3만5000여명까지 급증했다. 이후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 전원 가입 등 보완 조치가 시행되면서 이탈 속도는 다소 완화됐고 지난달 24일 정상 영업 재개 이후에는 순증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위약금 면제 발표는 다시금 이탈 움직임을 자극하며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는 추세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19일부터 7월 14일까지 이탈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를 적용한다. 회사는 추가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8월 요금 50% 할인, 연말까지 매월 데이터 50GB 추가 제공 등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면제 종료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주 동안 고객 이탈이 다시 한 번 정점을 찍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킹 사태 이후 지금 기간까지 해지를 원하신 고객들은 충분히 많이 떠난 것으로 확인된다”며 “그럼에도 위약금 해지 면제 시점을 오는 14일까지 설정한 데는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로부터 10일 정도 연장을 해서 해지를 원하는 고객에게 충분한 결정을 할 시간을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