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개위, ‘폭염 속 20분 휴식’ 인정…“현장서 작업중지 실질 적용돼야”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가 고용노동부가 재심사를 요청한 ‘33도 이상 폭염 시 2시간 이내 20분 휴식 의무화’를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11일 규개위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포함된 ‘33도 이상 폭염 시 2시간 이내 20분 휴식 의무화’에 대해 규개위의 재검토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재심사를 요청하는 입장을 냈다.
당초 지난해 9월 개정된 산업안전법에 따라 휴식 의무화는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규개위가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심의에서 해당 내용이 근로자 건강장해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가 불확실하고 획일적인 규제가 중소·영세 사업장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철회를 권고했다.
해당 법령이 33도 이상 폭염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할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처벌받을 수 있는 ‘형사처벌형 규제’인 만큼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규개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늘자 노동부가 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규개위가 동일 조항을 3번 심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개위는 고용노동부가 기존 심사에서 권고했던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다. 이와 함께 특히 올 여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폭염 확산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한 시급성을 인정했다.
또한 규정 준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정책 지원 및 홍보 등을 위한 계획을 추진해 시행하고 규정 시행 후 집행 상황, 현장 반응 등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를 고용노동부에 당부했다.
고용노동부는 개정안에 대한 법제 심사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마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이전부터 노동계는 지속 해당 규칙의 통과를 촉구해 왔다. 이날 규개위 발표에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이 극심한 지금 이 순간에도 윤석열 내란정권의 규개위가 제동을 건 ‘33도 이상 폭염시 2시간마다 20분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라는 최소한의 조치는 시행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폭염은 모두에게 닥치는 위험인 만큼 모든 노동자에게 폭염 대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행법상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다.
더욱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은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폭염 휴식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노동계는 관련 법 개정도 함께 요구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달 초 택배 노동자 3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60대 남성 노동자가 야외에서 근무를 하다가 사망했으며 지난 7일 경북 구미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베트남 출신 2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당시 그의 체온은 40.2도였다.
규개위가 해당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곧바로 논평을 통해 “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쓰러져 목숨을 잃어야만 폭염 대책이 통과되는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폭염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작업 중지 의무화가 현장에 실질적으로 정착돼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이번에 통과된 규칙은 폭염 노출에 가장 취약한 택배·배달 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