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포트폴리오 조정②] 부동산 쪼개 증시로...자산 유동화 카드 나왔다

주택 지분 공유·국민리츠 등 정책 제안 잇따라

2025-07-16     김이슬 기자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정부가 가계 자산의 무게추를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정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연구모임에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 제시되면서, 구체적인 수단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말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억제해 부동산 중심의 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첫 조치로 해석된다.

여당은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주식시장으로 자산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지난 8일 열린 민주당 연구모임 ‘경제는 민주당’은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를 초청해 ‘부동산과 주식, 공존과 성장의 방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인사말을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부동산만이 황금시장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계속 확인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기대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최근 대출 규제는 이 기대를 꺾는 데 유효하게 작용했다”며 “주식시장이 더 탄력받기 위해선 주식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투자자들이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제는 민주당 연구모임에서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가 강의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금융 자산 비중 낮은 한국, “정책 통한 자산 전환 유도 필요”

이 대표 강연에 따르면 국내 가계 자산 구성은 비금융 자산 75.1%, 금융 자산 24.9%로, 미국(29.3%:70.7%), 일본(39.9%:60.1%)에 비해 금융 자산 비중이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생산적 투자로의 자산 이동이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강연에서는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주택자 대출 상환 유도 민간 간 주택지분 공유 전 국민 참여형 리츠(REITs) 등이 제시됐다.

‘주택지분 공유제’는 임차인이 전세보증금 등 임차 보증금만큼 주택 지분을 갖고, 임대인과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다. 임차인은 향후 해당 주택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갖고, 임대인은 양도세·종부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다. 특히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줄면서 대출 여력이 줄어든 임대인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주택자나 투자 목적 보유자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상환을 유도하고, 대환 시 금리나 만기 조건을 조정하는 대신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고가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가격이 하락하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국민리츠’도 자산 유동화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정부가 연 5~6%의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공공 리츠를 조성하고, 국민이 직접 투자자로 참여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조성된 자금으로는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도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 정책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심리 유도만으로는 자산 흐름 전환에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인 제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자산 전환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 유지”라며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시장 자율성과 괴리가 생기면 왜곡된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제 자산 흐름이 증시로 이동하려면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자 보호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