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청년구조 보고서] 기후가 바꾼 밥상, 청년은 식량 AI를 바란다

2025-07-24     정수영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

‘정수영의 청년구조보고서’는 현장에서 듣고, 데이터로 진단해, 구조적 해법으로 청년을 구조합니다.

△ 정수영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

기후변화는 어느새 우리 밥상을 바꿔 놓았다. 오징어 볶음은 지갑을 한 번쯤 생각하는 메뉴가 됐고, 수박은 마음먹고 맛보는 사치가 됐다. 청년의 점심 밥상은 국밥이 아닌 컵라면이 된 지 오래다. 풍요 속의 빈곤에 처한 우리의 밥상은 그저 식생활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의 삶과 성장, 통합의 기반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성장과 복지는 우리 밥상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서 시작할지도 모른다.

식량생산은 기온과 에너지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한반도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1968년 이래 꾸준히 상승해왔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에게도 뜨거워진 동해바다는 금징어를 만들어냈다. 석유류 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는 농업계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기후 변동성 심화로 시설원예의 냉난방 비용증가가 작물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저온성 채소이면서 노지재배를 하는 배추 등의 작물은 생산 변동성이 커지며 가격 안정성이 취약해진지 오래다.

식량생산의 불확실성 증가는 가공식품 시장의 성장에 일조한 듯하다. 컵라면 시장 규모는 2021년 8000억원 수준에서 2023년 1조원을 돌파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2022년 팬데믹과 전쟁, 이상기후의 콜라보가 만들어낸 ‘런치플레이션’이 발생한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결국 컵라면 시장의 급격한 상승세는 기후와 에너지가 바꿔버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우리 청년과 국민의 생존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식량 인플레이션은 우리 밥상의 양극화를 만들기도 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소호 업종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업계는 가성비 식당과 맛집으로 수요가 양극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비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산물·청과물점과 축산물·정육점, 슈퍼마켓, 편의점의 매출액은 2019년을 기점으로 꾸준한 우상향을 보이면서 집밥의 활동이 늘어났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밥상 물가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밥상의 품질과 격차가 주는 고민이 우리 청년과 국민의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식(食)은 인간활동의 기본이다.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근래 몇 년간의 가계동향조사는 저소득일수록 식비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최근엔,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식비가 가처분소득의 45%를 넘기도 했다. 한 끼 밥값을 고민하는 삶에서는 내일을 위한 투자도, 시간의 마련도 도전으로 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밥상 물가 해결에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최근 열린 ‘2025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를 보자면, 스마트팜 등 시설재배와 로봇을 통한 방제와 수확 관점의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로 빚어진 밥상물가와 우리 농어촌 구조를 고민한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후저항성 품종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첫째, 농가의 인구특성을 보아야 한다. 2024년 기준,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 중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은 25.7%이지만, 농촌에 거주하면서 논밭을 경작하고 작물을 팔거나 가축을 기르는 등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은 55.8%에 달한다. 고령세대의 AI 리터러시와 유동지능의 함의를 생각한다면, 농업 부문에서 스마트팜과 재배·수확에 관한 AI 애플리케이션도 좋지만, 기술 이해도가 불요한 기후적응성 품종의 제공 등이 더욱 유효할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에너지 사용량을 살펴봐야 한다. 스마트팜 등을 통한 재배·수확 기술은 작물 상품성과 생산성은 지켜주지만, 에너지 사용 증가는 작물 가격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재배면적의 관점에서도 대체로 고부가가치 작물에 적합하며, 노지재배 수준의 생산단가는 실현하기 어렵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유전정보 등을 활용한 디지털육종 방식으로 ‘바로미3’과 같이 기후적응성을 갖춘 품종개발로 식량생산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셋째, 작물재배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전통적인 작물의 재배 적지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이에 대응해 2022년, 주산지 지정기준 고시를 개정해서 농산물 수급 안정에 힘쓰기도 했다. 그럼에도 꾸준한 기온 상승과 기후의 변동성 심화로 큰 일교차와 폭우, 폭염이 반복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작물 자체가 저항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재배 환경을 아무리 잘 가꿔도 그 효용은 낮을 것이다.

밥상 물가 해결에는 농업을 하는 사람과 기후, 에너지, 생육환경을 고민하고 인공지능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식량의 안정화는 농가에게는 탄탄한 소득으로, 산업에는 원가 경쟁력으로, 청년에게는 지갑 걱정 끝에 집어 든 컵라면이 아닌, 마음 편히 먹는 국밥 한 끼로 돌아올 것이다.

첨단사회의 인공지능과 기후사회의 인공지능은 다르다. 첨단사회의 인공지능이 기술적 발달을 통한 경제력의 증대에 있다면, 기후사회의 인공지능은 변해버린 환경에 대응하는 재설계로 삶의 형평을 제고하는 데 있을 것이다.

밥상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풍요 속의 빈곤이 우리사회 곳곳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통합과 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걱정없이 뜨는 따뜻한 밥 한 술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청년은 마음 한편의 불안을 덜어내고 성장을 위한 삶과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농업혁명이 이끌어낸 안정적인 식량생산이 있었다. 기후위기의 시대, 인공지능을 통한 제2의 식량혁명이 펼쳐지기를 고대한다. 청년과 국민, 기업과 정부에 관심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