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담요 체포’ vs ‘손대면 법적조치’…尹체포영장 재집행 속 ‘법의 문법’

2025-08-04     박애경 발행인

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정치는 법의 언어와 권력의 계산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가장 치열하게 작동한다. 법조문은 냉정한 문장으로 쓰여 있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집행되는 순간은 언제나 권력과 상징이 부딪힌다.

지난 1일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았지만, 이른바 ‘속옷 저항’으로 체포가 불발되면서 충돌은 극에 달했다.

4일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재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장은 형사소송법과 형 집행법의 해석 차이가 만들어낸 법적 공방과 전직 대통령 강제연행이라는 정치적 상징이 겹치는 복합 전선이 됐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지난 1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법의 문법, 형사소송법 vs 형 집행법

김건희 특검팀은 형사소송법 절차를 근거로 검사의 지휘에 따라 교도관이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치소 내에서 영장을 집행할 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절차다.

형사소송법 제81조에 따르면, 영장 집행은 검사가 직접 하거나, 필요할 경우 구치소와 같은 교정시설에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은 교도관이 집행할 수 있다. 이는 피의자가 이미 구속 상태에 있는 경우에도 추가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김홍일·배보윤 변호사)은 형 집행법 100조를 들고 반격한다. 해당 조항은 교도관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도주, 자살·자해, 시설 손괴, 타인 위해 시도 등 7가지로 한정한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즉, 단순 불응은 강제집행 요건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예를 들어, 교도관이 강제력을 쓸 수 있는 ‘도주’ 요건은 실제 탈출 시도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어야 하며, ‘타인 위해’ 조항은 교도관이나 다른 수용자에게 폭행·위협을 가하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드러누운 채 저항하는 것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형사소송법상의 집행권’과 ‘형 집행법상의 강제력 발동 요건’이 서로 다른 법률 영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형사소송법은 ‘영장 집행의 권한’을 규정하지만, 실제 물리력 행사 여부는 형 집행법이라는 별도의 기준에 의해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3일 채널A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몸에 불법적으로 손을 대는 순간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해석 차이는 현장에서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특검이 형사소송법만 근거로 강제집행에 나섰다가, 형 집행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위법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법 집행을 주저하다가 영장 시효(7일)가 만료되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정치적 비판에 직면한다.

결국 이번 공방은 ‘누가 법 해석의 우위를 점하느냐’가 관건이다. 형사소송법의 권한 규정과 형 집행법의 제한 규정이 맞부딪히는 이 지점이야말로, 법과 정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전장(戰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첫 집행 실패, 전략과 상징의 맞물림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대치 국면은 지난 수 주간 이어진 긴장의 연속선에 있다. 7월 말, 특검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기 위해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모두 불응했다. 소환 사유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무리한 수사”라며 응하지 않았고, 특검은 즉각 체포영장 발부 절차에 돌입했다.

8월 1일 오전 9시, 특검팀은 체포영장을 들고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수의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드러누운 상태였다. 이는 단순히 집행을 거부하는 수준을 넘어, 강제력 행사 시 전직 대통령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게 만드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장면은 특검팀에게 정치적 딜레마를 안긴다. 물리력을 행사하면 ‘전직 대통령을 굴욕적으로 끌어낸다’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확산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 측은 ‘정권의 정치보복’이라는 피해자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물리력을 쓰지 않으면 특검이 ‘법 집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윤 전 대통령이 선택한 ‘속옷 차림 드러눕기’ 저항 방식은 몇 가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고도의 전략적 행위로 풀이된다.

첫째, 특검이 강제집행을 주저하게 만들어 영장 집행 시도를 무산시키고, 시효를 지연시킨다.

둘째,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권 탄압’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셋째,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법적 공방’에서 ‘장면 자체의 충격성’으로 이동시킨다.

이 방식은 과거 전직 대통령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2017)은 자택에서 비교적 조용히 차량에 탑승해 구치소로 이송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1995) 역시 구속 당시 무저항으로 대응했고, 물리적 충돌 장면은 없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체포 장면’이라는 희귀한 정치적 이벤트를 이미지 전쟁의 전면 무대로 끌어올렸다.

이번 첫 집행 실패는 단순한 절차적 좌절이 아니라, 법과 정치, 전략과 상징이 교차한 첫 교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을 ‘법의 피집행자’가 아닌 ‘정치적 공격의 피해자’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했고, 특검은 ‘법 집행의 정당성’과 ‘정치적 부담 회피’ 사이에서 난제를 떠안게 됐다.

향후 재집행 과정에서 이 전략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효 만료일인 오는 7일까지 특검이 물리력 사용을 결단할지, 아니면 법리와 정치적 명분을 재정비해 다시 시도할지, 이번 사건의 향방을 가를 중대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16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진제공=뉴시스]

정치권 반응, ‘담요론’과 법 집행 의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이 무산된데 대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본인이 탈의해 민망하게 저항하고 있는데, 커튼이나 담요로 감싸서라도 데리고 나와야 한다”며 강제집행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법 집행 의지이며, 자꾸 (특검이) 그런 식으로 물러나면 더 질 낮은 저항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법률적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결단과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정 대표의 발언이 던진 함의는 명확하다. 법 집행은 단순한 절차적 행위가 아니라 권력 의지와 통치력의 시험대라는 것이다. 특히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피집행자 앞에서 법이 멈춘다면, 그 순간 ‘누구에게나 법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첫 집행에서 물러선 것이 ‘윤 전 대통령의 전략적 저항에 말려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불법적으로 손을 대는 순간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여기서 ‘불법적’이라는 규정은 곧 ‘물리력 행사=위법’이라는 프레임을 세우는 전략이다.

이러한 상반된 태도는 결국 ‘법 집행의 정당성’을 둘러싼 정치적 프레임 전쟁으로 확산된다.

여권과 특검 지지층은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 담요로 감싸든, 물리력을 최소화하든 결단이 필요하다”고 밀어붙이고,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은 “정권이 전직 대통령을 굴욕적으로 다루려 한다”며 정치보복이라고 저항한다.

이번 ‘담요론’ 논쟁은 과거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차벽 설치 논란과도 닮았다. 당시에도 ‘질서 유지’와 ‘과잉 대응’이라는 두 프레임이 첨예하게 맞섰고, 법적 정당성과 정치적 상징성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집행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담요’라는 단어는 물리적 도구이자 정치적 은유이며, 이를 둘러싼 공방은 법과 정치의 힘겨루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검이 두 번째 집행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논쟁의 승패와 향후 정치적 여파가 갈릴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사진제공=뉴시스]

특검팀의 향후 전략과 승패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시효는 오는 7일까지다. 첫 번째 집행 실패 이후 특검은 재집행 시점과 방식을 두고 치밀한 계산에 들어갔다. 재집행이 또 무산될 경우 기한 내 한 차례 더 시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번이 마지막 정치·법률적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의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 즉시 강제집행이다. 즉, 특검이 형사소송법 해석에 자신감을 가지고 형 집행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감수한 채 물리력 행사를 단행하는 시나리오다. 법 집행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전직 대통령이라도 법 앞에 예외가 없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제력 행사 장면이 공개될 경우, ‘정치보복’ 프레임이 확산될 수 있고, 법리 논쟁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 조건부 집행 연기다. 즉, 법리 검토와 정치적 부담 완화를 위해 재집행 시점을 늦추는 전략이다. 형 집행법 요건 충족 여부를 철저히 검토하고, 여론 흐름을 유리하게 조성할 시간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지연이 되면 자칫 ‘법 집행 포기’나 ‘특검의 무력함’으로 비칠 수 있으며, 시효가 임박하면 여유 있는 대응이 불가능할 위험이 있다.

셋째, 영장 효력 만료 후 재청구이다. 즉, 이번 영장을 포기하고,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한 뒤 새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법리와 정치적 명분 모두 재정비가 가능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체포가 장기 지연되면서, 특검의 권위와 사건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번 사안은 법과 정치가 맞물린 교차로에 있다. 단순히 전직 대통령의 영장 집행 문제가 아니라 법 해석의 영역과 정치적 계산의 영역이 정면으로 맞붙은 현장이다.

특검은 ‘법대로’를 외친다. 그러나 법은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구조물이다. 해석에는 해석을 선택하는 정치적 의지가 들어가고, 정치에서는 ‘집행의 장면’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윤 전 대통령의 ‘속옷 저항’과 특검의 ‘집행 고심’은 모두 법률 문서 속에 없는 전략적 선택이다. 최종적으로 이 사건의 승패는 법정 판결문이 아니라, 국민의 인식 속에서 오래도록 각인될 이미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