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변호사의 로플릭스] 소년사건에서 ‘합의’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소년사건에서 ‘합의’가 중요한 이유: 소년의 반성과 회복, 그 시작점이 되는 단 한 가지 한순간의 실수였지만, 수사기관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이 일로 정말 보호처분까지 받게 될까요?”

“합의가 꼭 필요한 걸까요?”

소년사건에 휘말린 아이와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소년사건에서의 합의’가 가지는 법적 의미와 실질적 효과에 대해 조문과 판례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Q. 소년사건에서 ‘합의’란 무엇인가요.

소년법은 ‘소년의 품행 교정’과 ‘건전한 성장’을 기본 목적(제1조)으로 합니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피해자와의 화해’, 즉 합의입니다.

소년법 제25조의3은 소년부 판사가 피해자와의 합의를 권고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사는 기일을 정해 소년과 보호자를 직접 불러 화해를 권유할 수 있으며 합의가 성사되면 보호처분 결정 시 이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Q. 소년이 합의하면 어떤 점에서 유리한가요.

① 불처분 가능성

경미한 사건일수록, 피해자가 피해 회복을 인정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보호처분 없이 ‘불처분 결정’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실제 많은 사건에서 합의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② 처분의 감경

소년보호사건은 성인 형사재판과 달리 형벌이 아닌 처분 중심으로 진행되며 합의는 그 처분 수위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가령 소년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와 화해한 경우 8호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 대신 1~5호의 낮은 처분으로 감경되기도 합니다.

③ 양형에 영향

소년이 형사절차로 넘겨질 경우에도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 감경 사유로 강하게 작용합니다.

Q. 합의 과정에서 보호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소년이 합의금을 마련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호자가 소년을 대리해 피해자와 대화하고 경제적으로 합의를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년의 반성을 돕고 피해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실질적인 ‘중재자’ 역할이 필요합니다.

Q. 합의가 어려운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피해자 감정이 격하거나 경제적 요구가 과한 경우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합의가 안 됐다고 해서 반드시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년부는 단순한 ‘합의 여부’보다도 소년의 반성 태도, 재범 위험성, 가정환경 등 종합적 요소를 함께 고려합니다. 따라서 합의가 안 되더라도 진심 어린 반성과 환경 개선이 충분히 드러난다면 완화된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회복적 사법과 소년의 성장에 합의가 어떻게 기여하나요.

합의는 단순히 사건을 끝내는 절차가 아닙니다. 소년이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그 책임을 직접 마주하게 하는 교육적 도구입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용서와 대화는 소년에게 진정한 교화의 기회가 됩니다.

또한 사건을 합의로 마무리하면 소년이 낙인효과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줍니다. 반면 불필요하게 강한 처벌은 오히려 이차적 일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Q.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①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가정에 대한 합의금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② 전문 조정자나 중재인이 합의 과정에 개입해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도와야 하며,

③ 소년과 피해자 모두에게 회복적 사법의 취지를 이해시키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결론>  합의는 소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다리입니다

소년사건에서의 합의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소년의 책임과 회복을 위한 시작점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이 과정이야말로 소년이 어른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변호사 역시 단순히 법적 절차를 대리하는 것을 넘어 소년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와 회복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