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청년] ‘뷰파인더’로 세상 담는 청년 이예린...“나만의 경험, 모두와 나누고파”
‘중간’ 틀 벗어나고파...스스로에 집중할 것 작은 기록에서 시작된 꿈...사진전까지 목표 “과거 선택도 나름의 최선” 청춘에 위로 건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불확실한 미래에도 확고한 꿈을 가진 이 시대 청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연재 코너 ‘이달의 청년’의 스무 번째 인물, 청년 이예린의 얘기를 들어봤다.
청년 이예린이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의 시문을 떠올리게한다. 같은 풍경을 보아도 어디를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장면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촬영 철학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진면모는 자세히 보는 자만이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진로에 대해 명확히 결론내지 못해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말한다. 당신이 돌연 들이닥친 인생의 특정 순간에 어느 장면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든지 간에, 그것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지금의 노력을 믿고 스스로를 응원하면 좋겠다고. 멈춰 서 있을 모든 청춘에게 소소하고 다정한 위로를 전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예린이라고 한다. MBTI 성향을 말하자면 외향인 중에서도 가장 내향적이라는 ESTJ 성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꼭 필요하다. 특히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는 시간이 큰 즐거움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찾아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정말 ‘평범한’ 대학생인 이 모습이 다른 청년들에게 작은 공감이 되면 좋겠다.
Q.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어렸을 때는 무엇이든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강한 승부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성장하며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을 반복하게 됐고 어느새 ‘중간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됐다. 무엇에서도 특별히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부족하지도 않은 ‘중간’이라는 지점에 머물러 온 것 같다. 이 같은 애매한 위치가 주는 고민은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더 이상 이러한 ‘중간’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해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 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다.
Q. 삶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좋은 기회로 베트남과 미얀마로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온 경험이 여전히 생생하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과 언어의 장벽이 두려웠지만 점차 두려움을 용기와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었다. 현지 학교에서 벽에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아이들에게 한글 이름을 써 주는 등 작은 나눔을 실천했다. 언어는 달랐지만 표정과 손짓만으로 소통하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매우 작은 일이었음에도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기뻐해 줬다.
봉사를 통해 평범해 보이는 작은 행동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눔이 주는 진정한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타인과의 교류 속에서 성장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나누고 배우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Q.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릴 적부터 풍경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다. 성인이 된 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후지필름 카메라를 직접 구매했다. 푸른 색감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기종으로, 주로 숲이나 한강을 찾아가 조용히 사진을 찍는다.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뷰파인더(사진 촬영 시 촬영 대상을 보고 구도를 잡거나 초점을 맞추는 데 사용되는 카메라의 부품)를 통해 원하는 부분만 크롭해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어디를 어떻게 조합해 찍느냐에 따라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늘 새로운 시선으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면 불필요한 생각이나 걱정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그때의 감정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 소중하다.
Q. 앞으로 이것은 꼭 해보고 싶다, 버킷리스트 1순위는.
개인 사진전을 여는 것이다. 아직 사진 실력이 충분하지 않아 꾸준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은 뒤 내가 찍은 사진으로 나만의 전시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지금 바로 사진전을 열기에는 부족함을 느껴 이를 준비하는 첫걸음으로 사진들을 업로드할 수 있는 SNS 계정을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작은 기록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며 언젠가는 내가 바라본 세상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Q.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지닌 부담이나 고민이 있다면.
아직 진로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주변을 보면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한 친구들도 있지만 많은 청년이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나 그런 불안과 고민이 클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은 많지만 단순히 좋아한다고 해서 그 일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좋아하는 일과 현실적인 선택 사이에서 망설이게 되고 정말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다해 도전해도 괜찮을지 고민된다.
Q. 최근 읽은 책을 소개하자면.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최근에는 우재윤 작가의 <벽지 뜯기>를 읽었는데 여름과 잘 어울리는 공포소설 시리즈 중 하나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평점 2.7점짜리 방탈출 게임 앱을 다운로드하며 시작된다. 무심코 누른 ‘권한 허용’이 사건을 불러온다. 실제로 방탈출 게임을 즐겨하기 때문에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Q.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자면.
아직 10년 후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어렵지만 그때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길 바란다. 꼭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아니더라도 작은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지금처럼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지키며 사는 것이 바람이다.
Q.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과거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믿기에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모두 지금의 선택과 노력을 믿고 스스로를 응원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