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무역 불안 속 CPTPP 가입 카드 부상...농산물 개방 우려 재점화

2025-08-18     문영서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뉴시스/AP]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무역 불안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농산물시장 전면 개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일 FTA 추진 시 전망과 시사점’에서 “보호무역주의의 부상 등 한국의 통상환경이 직면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일 FTA의 필요성 증가했다”며 “한일 FTA 추진 시 협상에서 CPTPP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8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을 먼저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및 만찬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이 유발한 무역 불안과 보호무역주의 개편 가속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CPTPP 가입으로 무역 개방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공산품, 농업 제품을 포함한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정부 조달, 지적 재산권, 노동 규제, 금융 등 모든 비관세 장벽을 허물어 자유화하는 협정이다.

기존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이 TPP를 발족했으나 2017년 미국이 협상 철회를 선언하며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협상을 맺었다. 최근 영국이 CPTPP에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12개국으로 늘며 경제권이 유럽까지 확대됐다.

농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쌀·쇠고기·과수 등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CPTPP는 최대 96%의 관세 철폐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는 일부 품목의 단계적 또는 예외 없는 개방을 의미할 수 있다. 

CPTPP 가입 전 제도 및 대책 마련 필수적

정부는 지난 2022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추진 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신청 진행을 목표로 했으나 농업계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실질 GDP가 0.33~0.35%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반면 호주, 뉴질랜드 등 농업 강국으로부터 수입이 늘어나면서 농업 분야는 생산 감소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 분야의 생산 감소 규모를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으로 추정했다. 

2021~2022년 가입 논의 당시에도 농업계는 높은 농산물 관세 철폐율과 검역 완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국적인 시위와 반대 운동을 벌였다. 그때도 정부는 피해보전직불금·폐업지원 제도 개선, 국산 농산물 소비촉진 지원, 정주 여건 개선과 복지 지원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미 무역 불안정으로 인한 수출 감소가 가시화된 가운데 CPPT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이화여대 경제학과 석병훈 교수는 “국제 무역 질서가 자유무역 질서에서 관리무역체계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이나 수출을 단일 시장에 의존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럼 측면에서 CPTPP에 가입해서 수입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 다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말했다. 

GS&J 인스티튜트 서진교 원장은 “시장 개방은 협상이지만 제도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데 가장 민감한 부분은 검역에서의 지역화 문제”라며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입 제한 조치에서 지역 수입 제한 조치로 바뀌고 병해충이 발병하지 않은 지역의 상품은 수입이 가능하게 되면 규정을 적절하게 개정 내지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게 되면 CPTPP 회원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지역화가 인정이 된다고 생각해 다양한 형태의 요구가 늘어나고 검역 업무 또한 늘어날 것”이라며 “그런 것들에 대한 인력이나 지원, 예산이 준비돼 있는지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