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제로로 가는 길 ①] 정부, 내달 산재 종합대책 발표...“인력충원·독립성 보장 촉구”

‘안전 담당’ 관리감독자, 업무과중·모호한 법령에 시공 업무 매몰 같은 원청 소속 안전관리자·현장 책임자, 견제 관계 형성 어려워 ‘안전에 쓰는 돈’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집행 감시·처벌 체계 전무

2025-08-19     심희수 기자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반복적인 산재를 발생시킨 건설사에 대한 징벌적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현장의 업무과중에 따른 관리감독자의 안전관리 업무 소홀과 ‘같은 원청 소속’ 안전관리자와 시공책임자 간 견제 부재를 산재 예방의 걸림돌로 꼽았다.

19일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달 중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종합대책엔 지속적인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공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방안 등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 영업정지·입찰 제한 요청 대상을 ‘동시 2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로 제한한 현행 제도를 개선해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한다. 이는 사고 한 건당 한 명의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 외에도 대검찰청과 협의체를 구성, 중대재해 발생 기업을 신속히 송치·기소하는 등 엄정한 사법적 제재 집행 계획도 담길 예정이다.

업계에선 구조적 문제 해결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근로자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관리감독자의 업무 과중 해결과 ‘원청 출신’ 안전관리자의 업무 독립성 보장을 거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건설 사업장은 관리감독자를 두도록 하고 있다. 산안법상 관리감독자는 생산과 관련되는 업무와 그 소속 직원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관리감독자는 본인이 지휘·감독하는 작업에 사용되는 기계·기구 등 설비의 안전 점검 및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또, 근로자의 작업복·보호구 및 방호장치의 점검과 그 착용·사용에 관한 지도를 수행한다. 그 외 안전관리자의 지도 및 조언에 대해 협조하는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선 관리감독자가 품질관리 등 생산과 관련되는 업무만을 담당하고, 안전관리는 안전관리자에게 전담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 역시 ‘생산과 관련되는 업무’를 ‘노동, 자본 등을 투입해 재화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업무’로 해석, 관리감독자의 품질·안전 업무 겸업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지적이다.

산안법은 공사금액 800억원 미만의 건설사업장에 대해 안전관리자 1명을 선임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후 700억원이 증가할 때마다 안전관리자 1명을 추가하도록 정하고 있어, 안전관리자가 현장의 모든 안전 업무를 관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 비해 안전만을 전담할 인력 자체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감독자 다수는 시공 등에 집중하고 일부와 안전관리자가 안전을 전담하는 분업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전관리자의 업무 독립성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원청에서 파견되는 안전관리자의 특성상 시공을 관리하는 현장관리자와의 견제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관리자와 현장 책임자는 ‘안전한 진행’과 ‘신속한 진행’을 놓고 견제하는 관계”라며 “둘 다 같은 원청 소속일 경우가 대부분인데, 건설산업이 어렵거나 공사가 급히 진행돼야 할 땐 안전관리자가 강하게 제동을 걸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총공사비의 일정비율로 할당된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집행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 및 처벌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산안법은 건축 공사 규모가 ▲5억원 미만인 경우 총공사비의 3.11%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2.28%에 기초액 432만5000원을 더한 값 ▲50억원 이상인 경우 2.37%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할당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용기준 미준수 시 사업주와 도급인에게 부과되는 패널티는 법률상 전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