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탄약보다 알고리즘: AI가 바꾸는 전쟁
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총서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인공지능총서는 2025년 8월 20일 현재 430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말까지 63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은 최근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우리가 직면한 질문은 ‘무엇을 더 구매할 것인가’가 아니다. ‘전쟁 자체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다. AI는 단순히 첨단 무기체계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전쟁 수행 방식의 근본적 변혁을 추동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내 국방 AI 포럼에서 “AI가 전장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인식이 공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NATO가 지휘통제 체계의 전면적 재편에 나선 배경 역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올해 6월 AI가 전쟁의 기본 문법을 어떻게 재정의하는지에 대한 주목할 만한 분석을 제시했다. 핵심은 명확하다. AI 기술의 성숙은 ‘양적 우위’의 부활, ‘은폐와 기만’의 무기화, ‘분권적 지휘체계’의 강화, 그리고 ‘사이버 방어’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먼저 양적 우위의 전략적 재부상이 일어나고 있다. 군집 드론과 같은 대규모 동시 공격은 아무리 정예화된 부대라도 대응에 한계를 노출시킨다.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는 다중 표적 동시 교전을 AI가 조율할 때, ‘소수정예’ 중심의 전력 구조는 필연적으로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전장 안개’가 새로운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완벽한 정보 우위는 환상에 불과하다. 센서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불확실성은 잔존한다. AI는 오히려 이러한 정보 공백을 활용해 가짜 신호와 허위 표적으로 적의 상황 인식을 교란한다. 진위를 구분할 수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적의 의사결정 체계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지휘체계 측면에서는 분권적 운용의 우위가 더욱 명확해졌다. ‘중앙집권적 AI 통제’와 ‘완전 자율 시스템’ 모두 최적의 해답이 될 수 없다. 전장의 맥락적 정보를 가장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현장 지휘관이다. 랜드 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시사적이다. 고도의 인공지능보다 ‘안정적 통신 연결성’이 작전 성공의 더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다. “초지능”보다 “연결성”이 우선한다는 역설적 진실이 여기에 있다.
사이버 영역에서는 방어와 공격의 균형 회복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동안 구조적으로 공격 우위였던 사이버 전장에서 AI는 방어의 가능성을 확대한다. 안전한 코드 생성과 실시간 취약점 패치를 통해 방어 체계의 복원력을 획기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다. 사전적 보안 설계와 사후적 대응 체계의 유기적 결합이 핵심이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포럼에서 제시된 ‘가상 훈련 체계’, ‘방산 AI 적용’, ‘무인 체계’ 등의 과제는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특히 전장 현장에서 즉각 판단하고 대응하는 'Edge AI'의 도입은 새로운 작전 개념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신속 획득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완성도 높은 무기체계를 장기간에 걸쳐 개발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최소기능제품(MVP)을 신속히 전력화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진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장의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의 도입이 관건이다.
가상과 현실을 통합한 훈련 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사전 검증과 실전에서의 AI 기반 실시간 보정을 결합해야 한다. 훈련, 정비, 획득 전 과정이 이러한 가상-현실 순환 체계 속에서 재편돼야 한다.
기만 전술의 체계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가짜 표적, 허위 신호, 전자전 교란을 통합한 '기만 작전 패키지'를 표준화해야 한다. 정보 우위 경쟁에서 ‘찾기’보다 ‘숨기기’가 유리한 비대칭 구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임무형 지휘 기반 AI 지휘체계의 확립도 빼놓을 수 없다. 중앙은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현장은 전술적 자율성을 발휘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끊김없는 전술 통신망 구축이다. 제한적 정보 공유만으로도 전투 효과성은 극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 보안성의 계량화와 제도화가 필요하다. 코드 결함률, 취약점 대응 시간(MTTR) 등의 지표를 방산 계약 요구사항에 명시하고, AI 지원 개발 도구를 전 과정에 적용해야 한다. 보안은 사후 조치가 아닌 설계 단계부터 내재화돼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정부, 국회, 산업계, 학계의 유기적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방형 표준 수립, 공정한 경쟁 생태계 조성,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이 관건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끝으로 강조할 점은 인간 중심성의 유지다. AI를 활용하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AI가 제시하는 옵션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인간이 져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확립될 때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위협이 아닌,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전략적 도구가 될 것이다.
전쟁의 미래는 ‘완전 자동화’가 아닌 ‘완전한 책임성’에 있다. 속도, 연결성, 기만, 품질이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쟁 수행 체계를 재설계할 때, AI는 위협이 아닌 우리의 비대칭 우위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서울사이버대학교 AI융합대학 김환 교수는 정보통신미디어공학 박사로 『AI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AI와 컬러』 등 커뮤니케이션북스 ‘인공지능총서’의 집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ChatGPT 교육·미디어·업무 혁신 교과서』, 『GenAI: 생성 인공지능의 이해와 활용』 등 다수의 실용서를 출간했으며, 국방부, 자운대, 22사단, 7사단, 9사단 등에서 국방 인공지능 전문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AI융합대학 AI크리에이터학과 학과장 및 교육부 ‘원격대학 교육혁신 지원사업’ 총괄책임자(P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