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변호사의 로플릭스] 보이스피싱, 법제 개선의 필요성

2025-09-14     조기현 변호사
▲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제52회 사법시험합격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보이스피싱은 이제 낯설지 않은 단어입니다. 금융기관을 사칭해 돈을 빼앗거나, 가족·지인을 사칭해 긴급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은 매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피해 금액은 수천억원에 달하며, 특히 노인이나 사회적 약자가 주요 대상이 됩니다. 피해자는 재산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찰과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불안, 그리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보이스피싱의 심각성은 개인 피해에 머물지 않습니다. 금융거래 질서와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고, 범죄조직은 이를 통해 다시 자금을 모아 더 정교한 범죄를 준비합니다. 결국 이는 사회 전체의 신뢰 자본을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Q. 보이스피싱은 왜 계속 발생하는가.

보이스피싱은 철저히 조직적이고 분업화된 범죄입니다. 총책, 콜센터 상담원, 현금 인출책, 통장 모집책 등으로 역할이 나뉘며, 대부분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국내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벌입니다. 국제적인 범죄이기에 수사기관이 총책까지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한 기술 발전이 범죄 수법을 더욱 교묘하게 만듭니다. 발신번호 조작, 딥페이크 음성합성, 메신저 계정 탈취 등은 피해자가 속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결국 말단 가담자만 검거되는 경우가 많고, 조직 전체를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Q. 현행 법제는 어떤 한계가 있는가.

현재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전자금융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이 존재하지만, 실효성이 부족합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국내 법만으로 제재하기 어렵고, 피해금 환급 제도는 절차가 복잡하고 실제 환급률도 낮습니다. 금융회사나 통신사의 예방 책임도 여전히 충분히 강제되지 않고 있어, 피해자가 스스로 조심하는 것 말고는 확실한 안전망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Q. 앞으로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첫째, 예방 중심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금융회사와 통신사는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발신번호 조작을 철저히 차단해야 합니다. 고령층과 청소년 대상 맞춤형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국제 공조 수사가 핵심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부분 해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중국·동남아 국가와의 범죄인 인도 협력, 공조 수사 체계를 실질화해야 합니다.

셋째, 피해자 보호가 강화돼야 합니다. 피해금 환급 절차를 단순화하고, 피해자 구제 기금을 마련해 일부라도 신속히 보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심리 상담, 법률 지원 등 2차 피해를 막는 지원 서비스도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합니다.

보이스피싱은 일반적인 금융사기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입니다. 예방, 수사, 피해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공조와 첨단 기술을 통한 대응,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