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AM, 2028년엔 뜰 수 있을까…“기술·제도·운영 함께 준비해야”

인증·기준·운영체계 모두 미완…상용화 목표 3년 이상 지연 글로벌 UAM 실증·제도 병행 속도전…한국은 과제 산적 “도심 교통 대신 관광 실증…본래 취지와도 어긋나” 지적도

2025-09-07     양우혁 기자
지난 4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수소전지 하이브리드형 도심항공교통(UAM)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한국 정부가 내건 도심항공교통(UAM)의 ‘2025년 세계 최초 상용화’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기체 인증, 버티포트 기준 마련, 교통관리 체계 구축 등 핵심 과제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사업 일정은 최소 3년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제도 기반이 미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 일정을 앞세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UAM 상용화 시점은 당초 목표였던 2025년에서 2028년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2020년 ‘K-UAM 로드맵’을 통해 세계 최초 상용화를 내세웠지만, 이후 구체적인 성과는 거의 없는 상태다.

국토부는 2023년부터 실증 사업을 본격화하고 법·제도 정비도 병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기체 안전성에 대한 인증 작업은 시작조차 못 했다. 도심 내 이착륙장(버티포트) 설치 기준 역시 미정이며, 기존 항공망과의 통합 방안도 뚜렷한 진전이 없다. 주요 인프라와 규제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사업 일정만 앞당긴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연은 기업들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텔레콤은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에 1300억 원을 투자하며 글로벌 협력에 나섰지만,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규제 환경과 시장 경쟁을 고려해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역시 각각 기체 부품과 교통관리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정부의 실증 일정 지연으로 가시적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애초부터 정부 계획이 시장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반응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UAM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수익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구조인데, 제도적 기반 없이 상용화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 박은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접근이었다”며 “계획이 흔들릴 경우 기업 입장에선 투자 명분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내 실증 프로젝트인 ‘K-UAM 그랜드 챌린지’도 팀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SKT·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가 포함된 ‘드림팀’은 전남 고흥에서 1차 실증을 완료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LG유플러스·GS건설 컨소시엄은 기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 계열 컨소시엄은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해 중도 포기했고, 대우건설과 제주항공도 사업에서 철수했다. 현대차와 대한항공이 주도하는 ‘원팀’은 2028년 자체 기체를 통한 운항 검증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발 빠르게 상용화에 다가서고 있다.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은 올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범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며, 아처 에비에이션은 내년 두바이에서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다. 중국 이항(Ehang)은 세계 최초로 무인 여객기 운항 자격을 취득해 상하이에서 시험 운항 중이며, 광저우와 허페이 등으로 운항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연내 제한 구역 내 상업 운항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라이프위크(SLW)'에 전시된 SK텔레콤의 도심항공교통(UAM). [사진=뉴시스]

이들 국가는 시행착오를 감수하면서도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제도는 유연하게 정비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기체 인증과 운항 규정을 병행하며 민간 기업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실증 공간과 운항 자격을 신속히 허가하며 상용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구체적 이행 없이 로드맵만 남긴 채 글로벌 경쟁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는 형국이다.

환경·사회적 쟁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저고도 비행 특성상 소음 문제와 조류 충돌 위험이 크고, 도심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우려된다. 전기 기반 운항이라 해도 국내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탄소 감축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상용화 과정의 핵심 변수다. 고비용 교통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특정 계층 전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고, 대중교통과의 연계나 요금 체계 현실화, 주민 수용 절차 없이 추진될 경우 지역 반발도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기술 실증만으로는 상용화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체 인증, 운항 기준, 버티포트 설치 방안 등 핵심 제도 기반이 빠진 상태에서 기술 실증만 앞세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기체 인증, 버티포트 기준, 운항 규정 같은 제도 기반 없이 기술 실증만 강조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완전한 접근”이라며 “기술과 제도, 운영 체계가 단계적으로 맞물려야 상용화의 지속 가능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제주나 경남 등 관광지를 중심으로 실증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라며 “UAM은 본래 도심 교통을 대체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만큼, 실증 대상지와 정책 방향이 본래의 목표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