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년 무속 담론, ‘관심 증가’에서 ‘편견 해소’로

2025-09-11     이종우 칼럼니스트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4년을 전후하여 학회에서 ‘K무속’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필자 역시 실제 학술 현장에서 K무속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2024년에 개봉한 영화 ‘파묘’, 같은 해 SBS에서 처음 방영되어서 큰 화제가 된 ‘신들린 연애’ 등 무속을 소재로 만든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이 주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국 무속을 향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고, 이 가운데 청년들이 무속을 대하는 태도를 향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필자는 이러한 주장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여, 청년들의 무속을 향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명제 자체를 부정했다. 필자는 역사학과 종교학을 공부했고 종교문화사 연구자를 자처하며, 2014년부터 대학교에서 MZ세대에게 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의 지식이 종교 전반을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고, 필자가 접한 청년들이 모든 청년을 대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참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담당하는 과목은 종교, 철학, 역사에 관한 교양과목들이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학생들에게 현장의 소리를 전달하고 종교학이 아닌 개별 교학의 시각에서 보는 종교의 모습에 관하여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한국 여러 종교의 전문종교인을 초청하여 간담회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무당을 초청하여 특강으로 수업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특강을 도입 직후 학생들은 무당의 특강에 매우 큰 관심을 가졌다. 자기 점을 봐달라고 손을 드는 학생들도 있었고, 스스로 미리 검색해서 어떤 것을 어떻게 물어봐야 좋은지 파악하고 오는 학생도 있었으며, 평소에 수업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집중해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2017년을 전후하여 3~4년 동안 학생들의 무속이나 점을 향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평소 수업 때 학생들이 보이는 자세와 비슷한 모습, 즉 재미있게 듣는 학생들은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지만, 관심 없는 학생은 졸거나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이 재현되었다. 심지어 과거에는 무당에게 신점 상담을 받고 싶다는 학생들이 수업 후에도 줄을 섰었으나, 이 당시에는 학생들이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침체됐던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다시 살아났다. 공교롭게도 영화 “파묘”의 개봉, “신들린 연애”의 유행 등 시기적 우연이 존재한다. 물론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것과 무속에 관심이 없는 것을 동일시 할 수 없고,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교수자의 책임, 학생들의 수강 의도 등 다양한 맥락이 존재한다. 또한 학생 개개인의 종교적 배경, 아르바이트 여부, 이전 수업이나 통학 당시 상황으로 인한 피로, 연속 수강으로 인한 허기짐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학생 개개인의 맥락에 따라 수업의 집중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학교에서 비슷한 수준과 환경의 학생들에게 (내용은 개선했지만) 같은 과목을 10년 넘는 기간 동안 강의한 이후의 분석이라면 나름의 신빙성은 있을 것이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최근 청년, 소위 ‘MZ세대’의 무속을 향한 관심은 늘었을까? 많은 언론과 연구결과물에서 관심이 늘었다고 규정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그 규정에 거부감이 든다. 비교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MZ세대와 다른 세대의 청년기를 비교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 시점에서 MZ세대와 다른 세대를 비교하는 것인가? 어떤 방향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무속을 향한 관심이 늘었다고 하려면 같은 세대의 추이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MZ세대의 어린 시절과 지금 시점을 비교하겠는가? 유년기에 무속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이러한 의문점은 “MZ세대의 무속을 향한 관심이 커졌다.”라는 명제에 논리정연함이 매우 빈약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모든 세대, 모든 인간은 자연스럽게 “비교”라는 작업을 수행한다. 인간의 오감 자체가 다른 현상과 비교하여 다른 자극을 주는 것에 의한 현상이고, 이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비교”를 수행함을 의미한다. 또한 과거에도 지금도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현실을 반추한다. 특히 이러한 비교는 각종 미디어 매체와 인터넷 발달, 그리고 인터넷 발달에 동반한 미디어와 사회관계망(SNS)의 발달로 더욱 확대되고 강화되고 있다.

아울러 모든 세대, 모든 인간은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다. 인간은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전통 시대에는 자연재해, 질병 등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닥쳤고, 이러한 현상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최근 강릉 가뭄이나 지구 온난화 같은 자연재해, 코로나 같은 예상하지 못한 질병을 향한 공포감이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줄어든 정도보다 예전보다 심해진 취업 불안, 신분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불평등, 대형 참사 등 다른 변수들의 증가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가 더 강해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적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비교라는 인간의 본능적 움직임이 더 강해지고, 이것은 자신을 직관하는 능력을 감소시켰을 수도 있다. 이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MZ세대의 MBTI를 향한 열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종교가 권위를 잃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무속을 향한 부정적 시각이 더 줄어든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상황에서 “MZ세대의 무속을 향한 관심이 커졌다.”라는 명제는 다른 말로 바뀔 필요가 있다. 가장 적확한 표현은 “MZ세대는 무속을 향한 편견이 줄었다.”라는 정도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