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지시설 거주자 52%는 장애인…학대 예방·자립지원 공백 심각

정신건강복지·노숙인시설도 장애인 비율 절반↑ 10년 이상 장기 거주 장애인도 전체 중 40.7% 장애인복지시설 외 다른 시설은 지원 사각지대

2025-09-15     권신영 기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내 복지시설 거주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장애인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장애인복지시설이 아닌 다른 시설에 머물고 있어 제도적 공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보장시설 거주 장애인 이용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전국 9개 보장시설에 거주하는 생계급여 수급자 9만5015명 중 장애인의 비율은 52.2%(4만9578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미등록 장애인을 집계하지 않은 것으로, 김 의원은 미등록 장애인까지 고려했을 때 실제 장애인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시설 유형별로는 장애인복지시설(99.9%)과 정신건강복지시설(95.1%) 대부분이 장애인이었고, 노숙인복지시설에서도 절반 이상(59.7%)이 장애인으로 나타났다. 노인복지시설(37.4%)과 아동복지시설(12.2%)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복지시설에서 10년 이상 장기 거주하는 장애인 수는 2만194명으로 전체 장애인 이용자의 40.7%에 달했다. 장애인복지시설 거주자의 70%(1만3130명), 정신건강복지시설 거주자의 46.3%(3114명), 노숙인복지시설 거주자의 80.7%(2331명), 아동복지시설 거주자의 31%(315명)가 10년 넘게 시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동복지시설 장애인 이용자 가운데는 이미 성인이 됐음에도 자립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인원이 110명에 이르렀다.

장애유형을 보면 지적·정신장애가 57.6%(2만8595명)로 가장 많았다.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지체장애가 29%(5748명), 뇌병변장애가 23.7%(4740명)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장애인복지시설 외의 다른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자립지원과 권익옹호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특히 복지시설 내 장애인 학대예방 및 신고 등과 같은 권익옹호제도가 장애인복지시설에만 존재해 다른 시설에서는 장애인 이용자가 권리를 침해당해도 학대피해쉼터나 자립 연계 등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장애인이 장애인복지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의 결과”라며 “이는 곧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오는 2027년 시행을 앞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 시행령에 모든 복지시설 거주 장애인을 포함시켜 누구도 차별 없이 자립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전환을 지원하고 자립에 필요한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