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그 너머를 말하다] 민주적 공론장, 소셜미디어의 위치는 어디인가?

2025-09-19     우다현(성균관대), 이지원(인천대), 장윤하(서강대), 장재원(이화여대), 최서연(국민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주의, 그 너머를 말하다 – 대학생이 진단하는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과제’ 토론회는 청년 세대가 직접 발제자로 나서 민주주의의 위기와 대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의 여름방학 프로그램인 ‘링크로스 아카데미 2기’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대학생들의 시선에서 도출된 문제 인식과 대안은 오늘의 민주주의를 성찰하게 하는 동시에 미래의 방향을 가늠할 단초를 던졌다. 투데이신문은 청년의 목소리가 담긴 이번 논의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소셜미디어,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일까?

지난 20여 년간 소셜미디어의 보편화는 전통적인 신문과 방송 중심의 여론 형성을 대체하며 시민 누구나 정보 생산과 확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과거 일방향 매체에 의존하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누구나 뉴스에 댓글을 달거나 직접 게시글을 작성하며 여론 형성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 접근성과 표현의 자유를 넓히며 민주주의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가짜뉴스 확산, 사실과 의견의 혼재, 알고리즘에 따른 편향적 정보 노출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현실 인식마저 왜곡시킨다.

특정 집단 내에서 강화된 잘못된 정보가 정치적으로 활용되면서 공론의 신뢰성이 무너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로 인해 같은 사건을 두고도 상반된 ‘진실’이 공존하고, 서로 다른 집단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며, 생산적 토론은 점점 어려워진다.

링크로스 참여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기본소득당청년·대학생위원회] 

토의 민주주의와 민주적 공론장의 필요성

하버마스의 “토의 민주주의”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단순히 다수결의 제도로 보지 않고,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조건에서 공적 의제를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토의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결정이 반드시 중립적일 필요는 없지만, 서로 다른 의견이 교환되고 조율되는 과정에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결과를 ‘납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민주적 제도는 공정성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회적 연대도 강화된다.

결국 공론장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으로 기능해야 한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역시 잠재적으로 공론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맞는 제도적 조건과 시민적 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왜곡과 분열을 오히려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소셜미디어는 민주적 공론장으로서 적합한가?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민주적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여러 문제를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의 급속한 확산은 사실과 거짓, 정보와 의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또한 알고리즘은 비슷한 견해만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이용자가 다른 시각을 접하기 어렵게 만들며, 이는 사회적 분열을 강화한다. 더구나 플랫폼의 상업적 구조는 체류 시간과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그 결과 숙의보다는 소모적 논쟁이 반복된다. 언론 역시 소셜미디어 기반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사실 검증과 해석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는 기존 사회에서 배제됐던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공론장으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것이 진실에 기반하고 숙의 가능한 형태로 유통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미디어가 민주적 공론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셜미디어라는 공론장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생이 진단하는 민주주의의 현 주소와 과제> 토론회 소셜미디어와 공론장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기본소득당청년·대학생위원회] 

공론장으로서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과제

이와 관련해 하버마스는 공론장 복원의 방향을 제시한다. 우선 시민 교육의 강화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는 허위 정보와 혐오 발언을 줄이고, 시민들이 비판적이고 책임 있는 정보 활용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다.

이어서 가짜뉴스와 정보 왜곡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해 정보 생산자와 유통자가 일정 수준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처벌을 넘어 정보 생태계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의 공공성을 확대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공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자율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시민이 제재 과정과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요구된다.

다양한 공론장과 상호 보완되는 영역의 필요성

더 나아가 민주적 공론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소셜미디어 외부의 다른 공론장도 함께 활성화돼야 한다. 공론장은 단일한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장이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복합적 구조로 작동한다. 이 속에서 소셜미디어는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오프라인 광장과 토론회, 전통 언론 등 다른 공론장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언론은 클릭 중심의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여론을 정제하고 해석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하며, 정치권은 소셜미디어 기반 여론을 단순히 이용하기보다 민주적 숙의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공론장을 위한,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역할

무엇보다도, 건강한 공론장의 발전 가능성은 제도 안에 참여하는 시민의 태도에 달려 있다. 시민은 제도의 수혜자일 뿐 아니라 이를 바꾸어 나갈 책임과 힘을 가진 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론장을 훼손하는 요소에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틀린 사람’이 아니라 ‘함께 토론할 동료 시민’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논리를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공론장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무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각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과정 자체에 민주적 의미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