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역’ 치르는 건설업계, 안전 ‘항체’ 만들어야

2025-09-23     심희수 기자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이 건설업계 상황을 절묘하게 비유했다. 김 장관은 지난 19일 한 공공주택 사업지에서 정부의 최근 건설사 제재 기조에 대해 “홍역을 한 번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건설업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는 사람이 매년 수백 명씩 죽어 나가는 일이 마치 관행인 양 이어지고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건설업계의 이 오랜 지병을 완벽히 치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가 예고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지난 15일 발표된 이후 파장이 크다. 반복적으로 산재가 발생하는 건설사의 간판을 내리도록 하는 방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영업정지 요청 기준은 개선되고 산재를 발생시킨 대기업 건설사는 이를 투자자에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 대통령이 과거 자신이 ‘하면 한다’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이 있어 벌써부터 건설업계는 앓는 소리를 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산재 예방에 동의하면서도 구조적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구조적 산재 예방’, ‘근원적 해결’ 등의 문구도 지난 두 달간 기사에 자주 오르내렸다. 

정부는 원청인 건설사를 명확하게 산재의 책임 주체로 지목하고 있으나 일부 건설사는 재하도급 구조나 근로자 개인의 돌발행위 등을 탓한다. 

건설업계가 치러야 할 ‘홍역’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닌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원청인 시공사는 모든 사업장의 안전관리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재하청 구조도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일부 제한적 상황에서 원청업체의 승낙 하에 가능하도록 정했다. 승낙하고도 원청이 안전 관리를 보강하지 않았다면 이 역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고, 승낙하지 않고 재하청을 진행했다면 건산법 위반이다. 건설사는 자사가 관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사업장을 영위하거나 사업장 규모에 맞는 안전 인력을 꾸려야 했다.    

그동안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에만 매달려온 관행에서 벗어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업계의 자발적 개선 노력이 맞물릴 때 비로소 건설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홍역’이 건설업계를 더욱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