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호의에 대하여: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408쪽│135×205│1만8800원│김영사
“판사란 타인의 인생에, 특히 극적인 순간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분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생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없다면 자칫 그들 인생에 커다란 짐을 지우는 오판을 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판사란 직업이 두렵다” (79쪽)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헌법재판관 출신 문형배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가 법관으로서 시민으로서 살아온 시간 속에서 느끼고 성찰한 ‘호의’의 기록들을 모았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해 부산·경남 지역 법관으로 공직 생활 대부분을 보냈던 문형배 재판관은 2025년 4월 4일, 역사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양형 기준을 강화해 공직 부패와 비리에 대해 엄정하게 판결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에겐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의 결과를 양형에 반영하고자 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 <호의에 대하여>가 출간됐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문 재판관이 1998년부터 작성한 1500여 편 중 일상을 대하는 태도와 책들에 대한 감상, 법원과 사회에 바라는 점 등을 120편으로 선별했다.
누군가의 작은 호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목격해온 저자는 주위에 불행한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거창한 구호는 없다”며 “내가 했던 말을 실천에 옮기고 남을 비판할 때 썼던 그 잣대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문 재판관은 판사가 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판사님을 실망시키는 삶을 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결수로부터의 편지는 그를 법원에서 떠날 수 없게 했다. 문형배 재판관이 더 나은 길에 대한 소박한 상상과 진심이 담긴 이야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