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제로 시대⑤] GS건설, ‘안전 부실’ 이미지 탈피 노력…“디지털 전환으로 돌파”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여파...‘안전 부실’ 굴레 2027년까지 매년 ‘중대재해 제로’ 목표로 안전 혁신 추진
건설업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환기를 맞았다. 낡은 관행을 털어내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핵심은 안전과 신뢰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 예방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정부도 고강도 정책을 내놨다. 지난 9월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 발생한 건설사는 영업정지를 넘어 간판까지 내릴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생존이 달린 문제로, 자구책과 함께 미래를 그려갈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GS건설은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불명예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로 ‘순살 자이’라는 오명을 얻은데 이어 국토교통부에서 집계한 최근 5년간(2020년~2025년 7월) 건설사 사고 사망자 수(12명)가 10대 건설사 전체 합계(129명)의 약 10%에 달하며 눈총을 받았다. 이에 GS건설은 ‘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전사적 안전관리에 나섰다.
GS건설의 안전관리는 2023년 10월 허윤홍 대표 취임 이후 한층 더 강화됐다. 9일 GS건설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매월 첫째 주 목요일을 ‘안전 점검의 날’로 지정하고, 전 임원이 현장을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임원들은 4개월 이상 특정 현장을 전담해 인력·예산·장비·공법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성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지난해 발생한 재해 건수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사망사고가 전무가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지난 8월까지 현장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달에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하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망사고는 지난 9월 3일 서울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작업 중이던 50대 중국인 근로자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이에 허 대표는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허 대표는 “(사망사고는)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건설사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되돌아보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GS건설은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안전 혁신에 주력할 방침이다. 오는 2027년까지 매년 중대재해 제로 달성이 목표다. 앞서 허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의 디지털 마인드셋 내재화를 강조하고 Gen AI를 활용해 업무방식을 혁신하는 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은 현장 외국인 근로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AI 번역 프로그램 ‘Xi Voice(자이 보이스)’를 개발했다. Xi Voice는 한국어 음성을 인식해 중국어, 베트남어를 비롯한 120여개 언어로 텍스트 변환이 가능하다. 특히 건설 전문용어를 학습시켜 정확한 번역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5000페이지가 넘는 주택공사 시공기준 표준 시방서를 AI로 학습시킨 ‘Xi-Book(자이북)’을 개발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Xi-Book은 검색 한 번으로 최신 공사기준을 확인할 수 있고, 관련 유튜브 영상 링크까지 제공해 연차 낮은 엔지니어들의 이해를 돕는다. 지난해에는 ‘안전보건 교육자료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안전, 보건, 건설장비, 기술안전 관련 교육자료와 중대재해 사례, 교육용 동영상 등을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협력사 안전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GS건설은 2010년부터 건설사 최초로 체험형 안전혁신학교를 운영 중이다. 2021년에는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공정경쟁 낙찰제를 도입했다. 최저가 낙찰제는 협력사가 수익 확보를 위해 안전 사항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험도가 높은 공종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전담자를 의무 배치하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GS건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24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아 ‘최우수 명예기업’으로 선정됐다.
GS건설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현장과 회사 내 개발조직의 소통을 통해 개발 중”이라며 “현장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현장의 품질과 안전 강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