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자체장들 ‘사법리스크’에 위기론...내년 지방선거 연임 가능할까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고초를 겪고 있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출마 후보가 많지 않은 데다 일부 현역 단체장들은 사법리스크에 얽혀 있어 이대로라면 내년 선거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대면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소속된 미래한국연구소가 13차례 비공개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비용 3300만원을 후원회장이 대신 납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다음 달 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서 명씨와 대질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명씨는 오 시장 앞에서 “오 시장과 7번 만났다”며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폭로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다음 달 8일 대질신문이 예정돼 있다”며 명씨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오 시장은 명씨와의 만남이 ‘스토킹’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대면 자체가 오 시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국정감사라는 공개적 자리에서 폭로가 이뤄진 만큼 향후 여론의 관심과 언론 보도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질신문에서 드러날 증언 내용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명씨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오 시장말고도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박완수 경남도지사 이름도 녹취록에 언급되면서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여당의 공세도 거센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을 향해 “서울시 국정감사를 보며 ‘오세훈 끝났다’, ‘웬만한 변호사를 사도 커버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 서울시장은커녕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보장하기 어렵겠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등은 현재 ‘내란 가담 혐의’로 여당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대응특별위원회는 이들 광역단체장이 비상계엄 당일 청사를 폐쇄하거나 출입을 통제했다며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유 시장은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 비상 사태인만큼 시민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최소한의 주요 직위자들과 함께 긴급회의를 열어 상황을 확인 하는 절차는 시장으로서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대응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시절 현직 공무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아 지난달 27일 경찰에 소환됐다. 이에 지난 20일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천시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유 시장은 선거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집중 공세를 받았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역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1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9일 경찰에 소환됐다. 또 지난 26일 김 지사 위증 고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오송 참사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 소속 현역 지자체장들의 사법 리스크가 향후 지방선거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일찌감치 경기지사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발을 빼고 있거나 출마를 고심하고 있어 당의 후보군 확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다른 지역에서도 하마평에 오르는 현역 의원이 거의 없어 당 내외에서 ‘인물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과정의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 지도부는 현역 지자체장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임기 중 지역경제 발전 성과와 공약 이행률 등을 세밀하게 평가해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 방안을 검토하는 등 내부 쇄신을 통해 공천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이 중도 확장성을 갖춘 새로운 인물 발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자체장 사법 리스크가 있는 대부분 지역이 인천을 제외하고 여야 접전지인 만큼 증거가 명백할 경우 출마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재판을 받으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범죄 혐의가 뚜렷할 경우 불리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체장의 사법리스크가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까지 국민의힘 지지율이 부진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허니문 효과’로 야당의 선전 가능성이 크지 않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엄 소장은 “국민의힘 열세 지역에서는 현역 단체장의 지역 기반이 탄탄해 대체할 만한 인물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이 문제다. 이에 중도 확장성을 가진 인물 영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또 후보 검증 기준을 강성 보수층의 잣대에만 맞출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당내 경선 경쟁이 가능한 폭넓은 인물풀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