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카드①] ‘모니모 유니버스’ 명암…김이태號 ‘딥체인지’ 시험대
안정의 상징이던 삼성카드, ‘딥체인지’ 전략 변곡점 통합의 역설…그룹 내 카드 주도 ‘모니모’에 온도차 無은행 슈퍼앱…시장 경쟁력 우려에 ‘실효성’ 검증대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가 통합 플랫폼 ‘모니모(Monimo)’의 대규모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은 ‘하나의 삼성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고객 데이터 통합과 서비스 효율화다. 그러나 삼성카드가 통합의 중심이자 실질적 운영사로서 모든 부담을 안는 구조는 업황 부진과 맞물려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드업은 이미 가맹점 수수료 인하·소비 둔화·디지털 전환 비용 증가 등 복합적 압박에 직면했고, 삼성카드의 3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더불어 보험 설계사 채널 폐지, 소비자 반발, 내부 계열 간 이해 충돌이 얽히며 ‘모니모 통합’은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삼성카드 중심 통합전략의 구조적 불안과 최근 불거진 소비자 후생 문제 등을 조명한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삼성금융그룹이 통합 플랫폼 ‘모니모’를 중심으로 금융계열의 전면 재편에 나섰다. 카드·보험·증권을 하나의 서비스 체계로 묶어 데이터 효율과 고객 접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삼성카드가 통합의 중심이자 실질적 운영사로서 모든 부담을 안는 구조는 업황 부진과 맞물려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이달 중 기존 자체 앱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모든 주요 기능을 ‘모니모’로 이관할 계획이다. 본격 전환 시점은 11월 초순으로 예상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소비 둔화, 디지털 전환 비용이 맞물리며, 모니모를 매개로 한 삼성금융 통합은 삼성카드에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업계 1위의 역성장…삼성카드가 짊어진 통합의 무게
삼성카드는 업계 1위 사업자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약 1617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마케팅 비용 증가, 신용판매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포함한 대출성 상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삼성카드의 핵심 수익라인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추진되는 ‘모니모 통합’은 전략적으로는 그룹 시너지를 겨냥한 조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카드의 성장 정체를 보완하기 위한 내부 실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카드가 그룹 내에서 가장 넓은 고객 접점을 가진 금융사라는 이유로 통합의 허브 역할을 맡았으나, 리스크 부담 역시 집중되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가 그룹 금융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데이터 통합의 효용성은 높지만, 카드 업계 자체의 실적 둔화와 시장 경쟁 격화 속에서 통합 관리 부담이 커지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이태 사장이 취임 후 강조한 ‘딥체인지(Deep Change)’ 전략은 과거 내실경영 중심의 보수적 기조와 달리, 플랫폼·데이터 중심의 외형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러나 이 방향 전환이 카드산업의 수익구조 악화 속에 추진되면서 ‘위기 속의 실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쏠쏠하던 보험 설계사 영업망 끝…삼성 금융 내부 온도차도
삼성카드의 영업 기반은 과거 보험설계사 연계 채널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설계사들이 신용카드 모집을 병행하며 연간 10만~15만건의 신규 발급 실적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교차영업 규제가 강화되고 노조와의 협약으로 KPI(핵심성과지표)에서 카드 항목이 제외되면서 해당 루트는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안정적인 오프라인 발급 경로 일부를 잃은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설계사 채널이 막히면서 삼성카드가 신규 회원 모집에서 디지털 마케팅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며 “플랫폼 통합은 마케팅 전환의 일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영업망 상실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카드 업황의 보완책에 가깝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삼성금융 내부에서도 온도차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과 증권은 이미 자체 플랫폼과 충성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카드 중심 통합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생명은 610억7500만원, 삼성화재는 589억1900만원, 삼성증권은 371억2800만원을 모니모 구축 및 운영에 투입했다. 비용은 분담했지만, 실질적 운영과 리스크는 삼성카드가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니모 통합은 명분상 ‘그룹 시너지’지만 실제로는 카드사 수익 방어를 포함한 디지털 전환 실험에 가깝다”며 “만에 하나 통합이 실패할 경우 책임이 카드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은행 없는 슈퍼앱 한계…통합 실패사례의 그림자
삼성금융네트웍스는 그룹 내에 은행 계열사가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수시 입출금 계좌나 예·적금 기능이 부재한 탓에 금융 슈퍼앱으로서 일상적 이용을 유도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모니모는 출시 2년여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600만명대에 머문다. 이는 전체 계열사 고객 풀(약 2300만명)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없는 플랫폼은 고객의 첫 접속 동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결국 카드와 보험, 증권을 묶어도 일상적 사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를 인식한 삼성금융은 KB국민은행과의 제휴통장을 내놨지만, 이 역시 플랫폼 내 서비스 일원화를 완성하기보다는 보완책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앱 불편 등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도 문제다. 삼성카드는 이달 중 기존 자체 앱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모든 기능을 모니모로 이관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모니모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UI 혼잡·반복 알림·로그인 문제 등으로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후기에서도 낮은 평점을 매기는 소비자들이 많다.
실제 모니모 앱 후기란에는 “굳이 모니모를 설치하지 않으면 카드 기능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직관적이던 앱이 모니모로 넘어온 후 단계가 너무 복잡하고 튕겨서 조만간 탈회할 예정” 등의 불만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너지를 내려던 앱 통합이 되레 ‘소비자 경험 저하’라는 형태로 돌아온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유통업계의 ‘롯데온’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롯데그룹은 2020년 백화점·마트·홈쇼핑 등 유통계열 앱을 하나로 통합했지만, 각 사업군의 이해관계와 시스템이 달라 앱 속도 저하, 결제 오류, 상품 검색 지연 등이 이어졌다. 소비자 불만이 폭증했고, 결국 통합 5년째인 올해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하며 대기업 내부 통합 실패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결국 삼성카드의 ‘딥체인지’는 단순한 경영 슬로건을 넘어 그룹 전략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카드업 자체의 성장 한계와 내부 온도차, 소비자 경험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실험은 ‘혁신’보다 ‘리스크’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전문가는 “통합 플랫폼이라 함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채널·고객 경험까지 포괄해야 하는 복합 프로젝트”라며 “내부 효율만 강조하면 소비자 불만이 누적되고, 결국 시너지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