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대비에 돈 새는 줄 모른다

2025-11-06     문영서 기자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올해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쏟아진 폭우로 발생한 재산상 피해액은 1조848억원에 달했다. 농경지 2만4247헥타르가 침수됐고, 벼와 콩 같은 주요 곡물은 물론 멜론, 수박, 고추 등 40여 종의 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충남·전남·경남 지역의 침수 피해가 두드러졌고, 가축 수백만 마리가 폐사했다. 양산 없이는 걸어 다니기도 어려울 정도의 폭염이 길어지는가 하면, 불과 몇 달 뒤 매서운 한겨울 찬바람이 들이닥친다. 

극단적인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 그 근본 원인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

새는 독을 막아야 물을 부을 수 있다. 문제 해결과 피해 예방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비바람을 막아줄 외양간을 지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뒤쫓는 사후 대책이 아니라 선제적 ‘전환금융’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2035년까지 최대 67%의 온실가스 감축까지 포함하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내놓았지만 재원 확보나 정책 집행의 효율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미흡한 중앙은행·정책금융기관의 녹색금융 공급, 인센티브 체계 불명확, LNG 관련 화석연료 지원 문제는 기후금융 정책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주도의 녹색금융 전환 사업은 탄소중립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토대다. 

정부는 단순히 예산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같은 기존 정책금융기관에 의존하기보다는 탈탄소 전환에 특화된 신규 녹색금융 전담기관 설립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다만 정부 주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산가치 하락, 보험 손실, 부실채권 증가 등 ‘기후 리스크의 금융화’ 역시 명백히 예견된 가운데 민간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병행돼야 한다.

자본은 돈이 되는 곳으로 흐른다고 하지만 탄소전환은 단순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책임이자 생존전략이다. 

기후위기가 불러올 리스크는 더 이상 가정이 아닌 ‘가시화된 위험’이다.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에 머물러 있는 정책금융의 투자 방향을 전환하고, 에너지 산업 전환을 위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늦은 전환의 대가는 이미 농경지와 산업 현장에서 치러지고 있다. 더 늦어질수록 투자해야 할 규모도, 피해 규모도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