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은폐” vs “尹 기획 수사”…檢, 서훈 징역 4년·박지원 2년 구형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징역 4년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2월 26일에 진행된다.
6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 박 전 원장 등 5명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인 피고인들이 국가의 근본 의의인 국민 생명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과오를 숨기기 위해 공권력을 악용해 공용 기록을 삭제하는 등 대한민국 국민에게 허위 사실을 공표해 속였다”며 “당사자를 월북자로 낙인찍고 유가족도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는 징역 3년을,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요청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 대해 “국가 위기 상황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함에도 아무런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고,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도록 기획·주도한 사건의 최종 책임자”라며 “죄책이 무거운데도 혐의를 부인하고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원장에 대해서는 “당시 국정원장으로서 북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의 수장임에도 은폐 계획에 적극 동참하고 첩보 및 보고서 삭제를 지시해 국가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군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우리 국민이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을 보고 받았음에도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해양에서 실종된 우리 국민에 대해 수색·수사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했다. 노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첩보 및 보고서 삭제를 지시하고 관리해 죄책이 무겁지만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행동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격으로 목숨을 잃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출석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국민 발표에서 북한과 연락 채널이 없어 구조 요청을 못 했다고 했지만, 이는 무책임한 사기극이었다”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함에도 은폐와 조작으로 국민을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결론을 정해두고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 전 실장 측은 “이 사건 수사는 결국 정무적인 동기로 기획됐고,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진 수사란 게 매우 명백하다”며 “은폐를 의도했다면 해양수산부와 해경에 알릴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전 원장 측은 “이씨가 자진해 월북 의사를 밝힌 첩보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첩보 등을 종합하면 자진 월북을 인정하기 충분한 근거”라 주장했다.
한편,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이씨가 북한군에 피격됐다는 첩보를 확인한 후 보안 유지 지시를 내리고, 실종 상태로 가장한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청장은 서 전 실장 등의 지시에 따라 월북 가능성에 관한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원장은 보안 유지 방침에 동조하며 사건 1차 회의가 끝난 뒤 해당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장관은 해당 회의 직후 국방부 실무자에게 밈스(MIMS, 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첩보 문건의 삭제를 지시하고,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취지가 담긴 보고서와 허위 자료를 작성해 배부한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남북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씨의 피격 및 소각 사실을 은폐하고 그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 및 배포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지난 2022년 12월 순차 기소했다.
이후 지난 3년 동안 60여 차례 재판이 열렸지만 국가 군사 기밀 유출 우려 등의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다만 이날 결심 공판은 공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