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샤넬백 받았다”…그라프 목걸이 수수는 부인, 그 이유는?
김 여사 측 “통일교와 청탁·대가 관계 없다” 특검 “청탁 충분히 입증돼…보석 불허해야” 증거 인멸 우려 불식하고자 진술 번복했나 ‘尹과는 무관’ 알선수재·뇌물죄 적용 차단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명품 가방을 건네받은 사실을 시인하며 그동안의 진술을 뒤집었다. 이에 김 여사가 스스로 거짓 진술을 인정하며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3일 보석 청구서를 제출하고 같은날 13쪽 분량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김 여사는 해당 의견서에서 샤넬백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실관계를 섣불리 인정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절망적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을 참작해 주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김 여사의 변호인단은 지난 5일 언론 공지로 “전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라며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 어떤 형태의 청탁·대가 관계가 없다.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도 명백히 부인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전씨의 설득에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다. 잘못을 통감하며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전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4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전씨에게 샤넬백(800만원대)을 전달했다. 전씨는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강남 신세계백화점 샤넬 매장을 방문해 샤넬 가방 2개와 신발로 교환했다.
이어 2022년 7월 윤 전 본부장은 전씨에게 샤넬백(1200만원대)을 추가로 전달했고 이 역시 전씨가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 이들 가방은 지난해 하순경 김 여사가 다시 전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씨는 2022년 7월 윤 전 본부장에게 그라프 목걸이(6000만원대)를 전달받아 이 역시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김 여사의 자택으로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김 여사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윤 전 본부장은 금품을 건네며 통일교의 프로젝트와 행사에 지원해 달라는 청탁도 함께 전달했다고 알려졌지만 김 여사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 및 그에 따른 대가성은 부인하고 있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은 금품 수수의 대가로 여러 청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청탁은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본부장은 실제 검 여사에게 구체적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 수사나 공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보인 입장이 거짓이라는 뜻”이라며 “공소사실의 일부를 비로소 자백했다”고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통일교의 청탁과 윤 전 대통령 직무 관련성을 부인한 점에 대해서는 “청탁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있다. 왜 종교단체가 고가의 명품 선물을 줘야 했는지 상식적 질문에서 수사를 시작했고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5일 증거 인멸 우려를 들어 김 여사의 보석이 허용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김 여사의 보석 심문기일은 오는 12일로 예정돼 있다.
김 여사가 일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배경에는 현재 구속기소된 전씨의 진술 번복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씨는 그동안 통일교에게 받은 금품들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으나 지난달 14일 김 여사에게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들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이어 지난달 21일 김건희 특검팀에 샤넬백과 구두,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자진 제출했다.
전씨의 공판에서는 김 여사가 윤 전 본부장과 통화하며 ‘한학자 총재에게 인사 드리겠다’, ‘물건 잘 받았다’라고 말하는 통화 녹음이 재생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품 수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김건희 특검팀의 주장대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인정돼 재판부가 보석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김 여사가 샤넬백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면서 그라프 목걸이는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법조계에서는 샤넬백의 경우, 가방을 매장에서 교환한 유 전 행정관과 샤넬 매장 직원 등 직접 물증을 본 사람들이 있기에 사실관계를 인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라프 목걸이는 금액대가 샤넬백보다 훨씬 커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되는 핵심 혐의 중 하나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이다.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해 뇌물죄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대해 처벌한다. 김 여사가 해당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받은 샤넬백이 윤 전 대통령의 직무와 무관하며 청탁을 받아 이를 알선한 행위도 없어야 한다.
이에 김 여사는 샤넬백 수수는 인정하면서도 청탁과 윤 전 대통령의 직무 연관성은 부인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전씨 역시 금품을 건넨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알선수재죄 성립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또, 뇌물죄는 공무원이어야 적용 가능하고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이어야 적용할 수 있다. 만약 김 여사에 대한 뇌물죄가 성립돼도 샤넬백 2개의 시가만으로는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등의 혐의에 대한 공판은 오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해당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오는 26일 결심 공판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연말에는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