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검찰 내부 반발 확산

2025-11-09     김민수 기자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7월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부당한 지시”라며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게다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장은 엇갈린 입장을 보이며 혼선과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그리고 진실은 죽었다” 내부 반발 심화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을 담당했던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9일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빠진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전례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1심 재판부는 유사 사례의 법리만을 토대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하면서 추징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게 됐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 쟁점(재산상 이익 취득 시기 등)에 대한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검 차장이 금요일 밤 늦게까지 그토록 심도 있게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준이 무엇인지, 중앙 검사장이 수사·공판팀이 작성한 항소 취지 공심(공소심의위원회)에 결재했음에도 금요일 23시 30분 이후 번복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2025년 11월 8일 0시 검찰은, 그리고 진실은 죽었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사건 공소유지 실무를 책임진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도 같은날 내부망을 통해 유감을 표했다.

박 부장검사는 “공소유지 업무의 실무책임자인 공판부장으로서 항소가 타당하단 결론을 가졌음에도 관철시키지 못해 선후배 검사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11월 5일 항소장 등을 중앙지검 4차장, 검사장에 순차 보고했다”며 “(항소 기한) 만기날인 11월 7일까지 대검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지만 당연히 승인이 날 것이라 믿고 항소장 등에 최종 결재 도장을 찍은 후 직원들을 법원에 대기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업무시간이 끝난 후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대책회의를 하던 중, 4차장으로부터 대검 차장이 ‘주된 범죄가 유죄로 선고됐고, 구형에 대비해 충분한 형이 선고됐으니 항소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항소 포기를 지시했으며 검사장도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소를 하는 것이 타당하단 의견을 재차 개진했지만 결국 같은 결론이었고 그렇게 자정이 지났다”며 “만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단지 기다려달라고만 하다가 만기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항소를 포기하란 지시를 하는 것이 과연 실무를 책임지고 결정을 내린 검사에 대한 조금의 존중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천영환 울산지검 검사 역시 검찰 내부망을 통해 “수사팀과 공판팀이 만장일치로 항소를 결정했는데, 법무부와 대검이 이를 반대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일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무부와 대검이 특정인들을 법률과 재판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법무부 장관과 대검 수뇌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檢총장 대행 해명에도 정진우 중앙지검장 사의

논란이 확산되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검찰 내부 공지를 통해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총장 대행으로서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조직 구성원들이 이를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항소 포기 직후인 8일 오전 사표로 대검 지휘에 항의를 표한 바 있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노 직무대행의 발표 1시간 반 만에 입장문을 통해 “대검의 지휘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며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선고된 대장동 사건 1심에서 무죄 판단이 난 부분이 있고, 구형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는 점 등에서 검찰도 항소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재판부가 “사안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례가 없다”고 밝힌 만큼 법률적 쟁점들에 관한 추가 판단을 위해 항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항소기한인 11월 7일까지 지휘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으면서, 검찰은 결국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로써 항소심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