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집값·환율 삼중高에 통화정책 조기종료 전망

경기 개선 흐름에 금리 인하 동력 약화 2.50% 금리 인하 사이클 마무리 유력

2025-11-12     문영서 기자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반면 물가 상승 압력과 부동산 가격 부담이 지속되며 기준금리 인하 종료 가능성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IB들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 안팎으로 올린 가운데, 씨티와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2.2%까지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등 수출 산업 활성화에 따른 성장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정부의 확장재정정책으로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경기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은 1.8%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소비 회복에 따라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기에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 선에 머무는 등 에너지, 식료품 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가 물가 상승을 자극해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서울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부담이 여전해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은 BOK경제연구 ‘진단적 기대를 반영한 주택시장 DSGE(동태확률일반균형) 모형 구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경우 2년 후 집값은 56% 더 오르는 반면, GDP(국내총생산) 상승률은 8% 낮게 증가한다.

고환율 이슈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종료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위협하는 등 고환율 장기화 양상을 보인다. 원화 약세는 일부 수출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수입 가격 상승으로 국내 물가에 추가적인 압력을 더하며 소비와 기업 이익을 위축시키는 부정적 요인이 더 크다. 

특히 고환율로 인한 내수 위축,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면서 정책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어 기준금리 인하로 추가 원화 약세를 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 오는 11월 마지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 이후 연 2.50%로 인하 사이클을 마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올해 11월 금통위도 동결, 내년 역시 인하 없이 2.50%에서 멈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내년 국내 성장률 전망치는 1.8~2.0%로 내수 저점 통과와 길어진 반도체 사이클, 통상환경 불확실성 감소로 성장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성장에 대한 통화정책 추가 대응이 작아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기준금리 동결 확률이 커졌고, 2.5% 수준에서 추가 인하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에 부동산 가격이 잡혀야만 금리 인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 역시 “11월 금통위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인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성장률이 저조해 우리 경제가 기존에 목표로 삼았던 수준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거나 상반기 중에 GDP 갭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로 한 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