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 53~61% 확정…산업계·시민사회 ‘온도차’ 여전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적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를 주도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수준으로 설정하는 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1일 대통령령 안건 논의를 제외한 현안 토의와 부처 보고, 일반안건 심의 및 의결 등 국무회의 전 과정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일반안건 심의·의결 과정에서는 사회 각계의 주목을 받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앞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루기 위해 산업 구조와 감축 기술의 현실성, 글로벌 경쟁력 등을 고려해 탄소 다배출 업종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기업의 탈탄소 전환을 돕기 위한 ‘KGX 녹색전환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석탄발전소와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산업 종사자가 겪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대책도 함께 논의했다.
하지만 목표치를 둘러싼 시각차는 크다. 산업계는 상향된 감축 목표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축 기술과 설비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신사업 여력이 축소되고 고용·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철강·화학·시멘트·정유 등 7개 업종 협회는 지난 4일 공동 건의문을 통해 “산업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목표 설정”을 요구했으며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14개 경제단체는 전날 공동입장문에서 “감축기술 상용화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목표 상향은 지나친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검토했던 여러 감축안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48% 감축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원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달성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반면 시민사회와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안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정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키며 강조한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고려하면 53~61%라는 범위형 목표는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하한선 53%가 사실상 실제 목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 기후재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엔 턱없이 낮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시민사회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국제적 노력을 위해 61% 수준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65% 이상의 감축 목표를 요구해왔다.
또한 2035년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중간단계인 만큼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장기 목표 설정 취지를 고려하면 하한선을 국제 기준에 맞춰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전날 입장문을 발표해 “지금 정부안이 확정되면 탄소중립기본법상 목표가 하한선인 53%로 굳어질 수 있다”며 국회가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업계는 당초 48% 감축안을 선호했지만 위험성이 커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과학자들은 65% 감축안까지 권고했으나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53~61% 범위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도 “산업계 입장에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과거 정부가 정책 발표 당시에는 지원을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실행되지 않은 사례가 있어 기업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대통령은 김 장관의 우려를 들은 뒤 “그 점을 잘 챙기라고 산업계 출신 장관을 모신 것”이라며 웃으며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