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전 국정원장 구속…계엄선포 계획 알고도 ‘침묵’

법원 “증거인멸 우려”…특검, 국정원법 위반·직무유기·위증 등 혐의 소명

2025-11-12     성기노 기자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 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전격 구속됐다. 조 전 원장은 그동안 직무유기 및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특검 수사를 받아왔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 금지 조항 위반(국정원법)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계엄 선포 이후에는 홍장원 당시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이 역시 국회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사안에 대한 국정원장의 ‘즉시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치 관여 혐의도 적용됐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 제공하면서 자신의 동선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요구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특검은 국민의힘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대응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알면서 CCTV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위 진술 의혹도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됐다. 조 전 원장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선포 이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포고령 등 관련 문건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CCTV에는 국무위원들이 포고령 등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열람하고 조 전 원장이 집무실을 나서며 종이를 양복 주머니에 넣는 장면이 포착됐다.

‘삼청동 안가 회동’ 관련 증언도 쟁점이다. 조 전 원장은 작년 3월 ‘삼청동 안가 회동’ 참석 멤버로, 국회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안가 회동 당시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적 없다고 증언했으나 특검팀은 이 역시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암호 통신전화) 기록 삭제에 조 전 원장이 관여했다는 증거인멸 혐의도 제기됐다. 홍 전 차장이 통화 내역을 공개한 뒤 조 전 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통화했고 이후 비화폰 기록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482쪽 의견서와 151장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으로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소명했다. 조 전 원장은 전반적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 관련 내용을 명확히 보고받지 못했다. CCTV 제공도 사안 설명을 위한 자료 제공이었을 뿐 정치 관여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계엄 국무회의 당시 관련 문건 수령 여부 등을 둘러싼 위증·허위 답변서 부분에 대해선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양측 주장을 검토한 끝에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내란 의혹 수사와 관련해 특검이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를 구속한 것은 지난 8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후 처음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며 ‘숨 고르기’ 국면이 이어졌지만 조 전 원장 구속으로 남은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