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닷새 버티다 결국 사의…퇴임식서 ‘폭탄 발언’ 나올까

2025-11-13     박효령 기자
사의를 표명한 당일인 지난 12일 오전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에 밝힐 것이라고 발표한 만큼 퇴임식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외압 의혹의 실체를 직접 폭로할지 아니면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수준에 그칠지에 따라 향후 사태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검찰청은 “금일 노 직무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퇴임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퇴임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노 직무대행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의 핵심 당사자로, 검찰 내부에서 거센 책임론에 시달려왔다. 사의를 표명하기 직전까지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법무부 이진수 차관과 진실 공방을 이어왔다.

앞서 노 직무대행은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이나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했다”면서도 사실상 이 차관의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대검 소속 과장(부장검사급)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차관으로부터 ‘항소 포기’라는 선택지를 제시받았고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포기 결정을 내렸다고 털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차관은 ‘항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라’는 법무부 정성호 장관의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며 노 직무대행과의 통화에서도 “수사지휘권 행사는 아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반박했다.

이 차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대검과의 의사소통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총장 대행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수사) 지휘권 발동이 아님은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노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일단 검찰조직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검찰총장 대행은 대검 부장 가운데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31기) 기획조정부장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 직무대행의 사표는 법무부와 대통령실을 거친 뒤 대통령 재가를 거쳐야 한다. 전날 대통령실은 사의를 표명한 노 직무대행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면직안이 제청될 시 이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윗선 개입’을 주장하고 있는 야권은 ‘꼬리 자르기’라며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정권 부역자의 예정된 결말이었지만 구체적인 진실은 밝히지 않고 물러나려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방탄을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 책임자의 단순 사의 표명만으론 무너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할 순 없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항소 포기 결정에 이른 전 과정에 대한 투명하고 상세한 공개와 철저한 조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노 직무대행이 퇴임식이나 그 직후에 ‘폭탄 발언’을 할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행은 그간 ‘용산’을 언급하는 등 항소 포기 배후에 윗선이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발언을 해왔다.

만약 노 직무대행이 퇴임식에서 외압 의혹의 실체를 폭로한다면 정 장관이나 대통령실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개혁을 진행중인 이재명 정부에게도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노 직무대행이 평소 신중한 성향이라 그간의 사정을 전부 폭로하지는 않겠지만 검찰 개혁을 앞두고 검찰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선에서 언급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 직무대행은 법무부와의 관계에 대해 “내가 좋아했던 후배들이고 동생들”이라며 “법무부가 조그마한 나라, 검찰도 나라의 한 부속품이니까 크게 보면 나라”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