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박성재 구속심사…국힘 ‘위헌정당해산’ 시계 빨라지나

계엄 후 검사 파견 검토 등 내란 범죄 순차적 가담 의혹 김용현 이상민 조태용 이어 4대 권력 축 모두 구속 관심 추경호 구속 등 국민의힘으로 내란 수사 이동 가능성

2025-11-13     성기노 기자

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구속 기로에 섰습니다. 박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가를 법원 심리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됐습니다.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며 구속 필요성을 따지고 있습니다.

내란 외환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사후 이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전 장관은 법무부 간부회의를 통해 검사 파견 검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자 출근 지시 등을 내리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위법성 인식’ 논란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이후 특검은 추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혐의를 보강해 지난 11일 영장을 다시 청구했습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문건은 검찰과 소속 검사가 작성한 것으로 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박 전 장관에게 전달한 뒤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건에는 민주당의 입법권·탄핵권·예산심의권 남용을 언급하며 국회의 ‘입법 독재’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장관은 해당 문건을 받은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함께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했습니다. 특검은 이 회동이 계엄 사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및 증거인멸 우려 판단에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 2024년 10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 무대에서 시가행을 바라보며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또한 특검은 수도권 구치소의 ‘수용 여력’을 보고하라는 박 전 장관의 지시가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용해 당시 교정본부장은 실제로 각 기관에 수용능력 점검을 지시했고 ‘약 3600명 수용 가능’ 보고를 작성해 박 전 장관에게 전송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에 따른 원론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였을 뿐 불법적 지시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 여부는 단순히 윤석열 정권의 한 국무위원 차원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정권의 ‘법 수호자’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검찰·교정·출입국 등 사법기관 전체를 지휘하는 ‘법 질서 유지의 총책임자’였습니다.

그런 인물이 계엄령의 내란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두고 구속심사를 받는다는 현실 자체가 정치, 사법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내란에 순차 가담했다면 이는 단순 비위나 직권남용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붕괴에 참여한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헌법 수호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래서 박성재 전 장관의 구속은 ‘계엄 사건’의 위헌적 성격을 규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불법 비상계엄이 윤석열 전 대통령 한 개인의 ‘돌발 행위’가 아니라 법질서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 등과 조직적으로 공모한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박 전 장관이 구속되면 윤석열 불법 비상계엄의 구체적 라인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국방안보를 총괄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2025.6.25. 구속), 치안을 담당하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2025.8.1. 구속), 국가정보를 담당하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2025.11.12. 구속)에 이어 법률과 정의를 수호하며 사법 시스템을 운영하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도 목전에 와 있습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위증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전 장관은 다음날 바로 구속됐다. [사진제공=뉴시스]

박 전 장관의 구속은 윤석열 불법 비상계엄 계획의 마지막 사법 통제 라인까지 드러나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비상계엄이 대통령과 국가 운영의 4대 축(국방 치안 정보 법질서) 수장들의 조직적 공모 하에 내란이 추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박성재의 구속은 4대 축의 화룡정점이 될 것입니다.

최근 국민의힘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단순한 ‘정치공세’가 아니라 헌법재판소 위헌정당해산 심판(국힘 해산)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강박감에서 나온 것입니다. 물론 김용현(국방부), 이상민(행정안전부), 조태용(국정원), 박성재(법무부) 등 윤석열 정부의 4대 권력 축이 모두 국민의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임의힘을 향한 위헌정당해산의 그림자도 점차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저지’ 의혹과 관련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특검에 의해 지난 11월 3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입니다. 현재 구속 여부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예상일 11월 27일)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사실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은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내란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다만 헌재의 법리적 요건은 “전당원·전체 조직이 직접 공모하지 않아도 핵심 권력(지도부 등)이 국가기관을 동원해 자유민주질서를 실질적으로 침해했다면 해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당의 핵심 지도부·결정권자가 폭력혁명지향 등 위헌행위에 관여했다는 점을 들어 “정당의 목적·활동으로 인정”했고 대다수 당원이 직접 모의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상 실질 권력이 행사되는 영역(지도부·주요 공직)에서 위헌행위가 집단적으로 이뤄졌다면 그 정당 전체의 목적과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 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원장은 다음날 바로 구속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으로 특검이 김용현, 이상민, 조태용, 박성재 등 국가 권력 주요 4대 축에 대한 구속을 마무리지으면 그 칼날이 국민의힘 지도부로 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집권당 지도부가 사전에 계엄을 모의한 정황과 계엄을 전후로 내란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 4대 기관과 집권여당이 동시에 내란을 공모한 사실이 확인되면 헌재도 위헌정당해산 결정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보수세력의 대표적 정치결사체의 해산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판례상 ‘핵심 권력층 조직적 위헌행위’ 사실, ‘당 활동 목적과 연계’ 실증, ‘자유민주적 질서 침해의 현존 위험’ 등 복합적인 요소를 충족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들의 보수정당에 대한 정서와 이재명 정부의 일방적 정국 운영 등의 정치적 고려도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집권당이나 거대정당 해산 심판이 결정된 사례는 과거에 없었다는 점에서 헌재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실제로 국민의힘을 ‘완전 해산’하려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란죄와 위헌정당해산 프레임을 끝까지 끌고 가야 선거 주도권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위헌정당해산은 그 가능성보다 내란 전선을 계속 형성해 정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려는 전술에 가깝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할지 여부는 이재명 정부의 개혁 성과와 함께, 국민이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해 어떤 수준의 ‘정치적 용서’(political forgiveness)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정치적 용서’는 범죄의 면죄가 아니라 책임 귀속 방식에 대한 공동체의 판단을 묻고 있습니다. 내란이라는 국가지도자의 정치적 일탈 행위를 우리가 어떤 사회적 합의로 ‘처벌’한 것인지는,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과 함께 정당의 합사에 달려 있습니다.